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가 그제 본보와 가진 인터뷰의 내용을 보면 미국의 전향적인 대북협상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에서 대북 핵 협상을 주도해 온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로 합의하면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다자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켈리 차관보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일부에서 미친 사람 취급하나 그렇지 않다"면서 북한 나름대로 이성적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으며 김정일 정권 하에서 체제변환이 가능하다고 평가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이는 미국 내 일부 강경 네오콘들의 김정일 체제 붕괴론을 겨냥한 것으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국에 적대시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6자회담에 소극적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어제도 "미국이 제도전복을 노린 적대시 정책을 그만두지 않고 공존의지가 있지 않은 조건에서 어떻게 회담이 열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북한은 내년 1월20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2기 취임식 등 미국의 정책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과연 북한이 이처럼 시간을 끄는 것이 현명한지 의문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체제붕괴 불가’ 분위기 조성 노력 등에 힘입어 북핵 문제를 외교적 방식으로 풀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현재 미국 조야에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대북협상을 주문하는 견해가 많지만 어느 순간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납북피해자 유골이 가짜로 밝혀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일본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고 중국에서도 북한설득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대한 재검토 등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나 그것은 무망해 보인다. 북한이 모처럼 형성된 기회를 허망한 기대로 무산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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