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도 희귀한 문화재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이제 개인소장 문화재들도 국민 모두가 감상할 수 있는 기폭제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지난 9월부터 부산 대전 서울 대구 광주 등 5대 도시를 석 달 반동안이나 순회하며 열린 ‘2004 개인소장문화재 특별전’이 15일로 막을 내린다. 문화재청과 함께 이 특별전을 주관한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金種春)회장은 "상상외로 개인 소장가들의 반응이 좋았고 관람객도 많았다"면서 "새로운 문화재 전시붐을 일으킨 것 같아 힘은 들었지만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모아 전국 순회를 한 첫 전시회였다. 때문에 우려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다. 혹시나 희소가치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문화재 소장 사실 자체를 공개하길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일도 촉박했다. 7월에 복권기금 지원사업으로 결정되면서 전시회 준비를 시작해 5개월 만에 5대 도시순회를 마쳤다. "주위에서는 잘 안될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개인 소장가들을 설득하고 밤을 새며 강행군한 끝에 성황리에 전시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5대 도시에서 출품된 문화재는 모두 1,400여점, 관람객은 5만여명에 달했다. "부산에서 시작해 대전 서울 등으로 전시회가 진행되면서 ‘내 것도 좀 출품해달라’는 개인 소장가들이 늘어나 붐이 조성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상 때부터 소장해오던 수준 높은 문화재를 자랑스럽게 내놓았습니다. " 6세기에 제작된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의 그림, 오원 장승업이 그린 병풍 등 어느 박물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화재가 많았다. 또 순회전마다 개인들이 갖고 오는 문화재에 대한 무료감정 행사를 했는데, 화가 이중섭이 말년에 병상에서 그린 진품으로 판단되는 스케치북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7년부터 고미술협회장을 세번째 연임하고 있는 김 회장은 "문화재는 돈 많은 사람이나 특수계층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란 인식을 가질 때가 됐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장롱 속에 넣어둔 개인소장 문화재를 기꺼이 내놓을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글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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