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의 하나로 조선시대 왕들의 위패를 모신 종묘 앞에 일본계 백화점인 미츠코시가 입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재개발이 진행중인 서울시 종로구 예지동 85 일대 세운상가 4구역의 개발 컨설팅 회사인 키라 에셋은 14일 "재개발 부지 지주들의 모임인 주민대표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명동의 상권에 맞설 수 있는 대안으로 적합한 일본의 대표적인 백화점 미츠코시의 유치에 나섰다"며 " 최근 본점과 수익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츠코시 백화점이 예지동 일대에 들어서면 종묘공원과 종로를 사이에 두고 맞서게 되는 셈이어서 여론의 반발이 우려된다.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예지동 일대 재개발사업은 종로구청이 주관, 대한토지신탁㈜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도심 난개발을 막기위한 가이드라인과 설계만을 제시하고 위탁사와 지주들로 구성된 주민대표위원회, 개발 컨설팅사가 재개발 지역의 수익성에 걸맞은 업체를 선정해 입점을 타진하도록 돼있다.
키라 에셋은 "지주들과 함께 재개발 모델을 눈으로 보고 익히기 위해 6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많은 지주들이 미츠코시 백화점 주변의 상권을 예지동의 대안으로 점 찍었다"며 "개발 컨설팅을 통해 지주들에게 좀더 많은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입장에서 미츠코시의 서울 진출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라 에셋 관계자는 "최근 실사를 위해 지주들과 재방문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와 시민들의 눈을 의식해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주민대표위원회 배정지 위원장은 "재개발을 찬성하는 지주가 48%에 불과한 상황에서 보다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업체를 찾다가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 중의 하나가 미츠코시 백화점"이라며 "상권을 살리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땅값을 올리기 위해 지주들이 퍼트리는 소문에 불과하다" 며 실제 미츠코시 백화점의 입점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통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유통단지로서의 인지도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세운상가 주변에 미츠코시 백화점이 들어서더라도 동대문 일대와 명동으로 분할된 서울도심 최고 상권의 역학관계가 뒤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관계자는 "당초 지주들의 자율적인 개발을 위해 사업주체인 종로구청이 신탁회사를 선정하고 주민대표위원회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는 쪽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며 "컨설팅회사의 도움으로 일본계 백화점을 입점시키려 해도 최종적으로 서울시와 종로구의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민 정서상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일본계 백화점 입점이 거론되는 것은 매우 몰역사적인 일"이라며 "귀중한 문화유산인 종묘 앞에 대형건물군이 조성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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