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두웠던 시절 고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나"‘이철우 의원 조선노동당 입당 의혹 논란’이 ‘안기부의 고문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토로하는 분노와 착잡함의 탄식이다. 민병두, 이광철, 유기홍 의원 등 초선 의원 뿐 아니라 유인태, 장영달, 임채정 의원 등 중진에 이르기까지 당내에 공안사건 등으로 고문과 투옥을 당했던 의원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논란이 기억 속 고문의 생채기를 건드렸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1980년대 ‘학림 사건’과 제헌의회 사건 등으로 2번 구속됐던 민병두 의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 지하1층 139호실의 기억은 나에게’라는 글에서 "안기부 수사관들은 나를 발가벗겨 두 책상 사이에 통닭구이처럼 올려 놓은 뒤 발바닥을 몇 시간이고 팼다"고 묘사했다. 민 의원은 "그들은 혹시나 한건 할까 싶어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아니면 못 들은 분이 풀릴 때까지 패고 또 팼다"며 "고문은 정신과 육체, 모든 것을 파괴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이어 ‘이 의원 논란’이 "일계급 특진을 위한 고문 기계들의 광기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안기부에서 당한 고문 경험은 이광철 의원에도 악몽이다. 94년 ‘구국전위’란 간첩단 사건으로 이철우 의원과 마찬가지로 노동당 가입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가 고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 의원은 "당시 안기부 지하실 고문이 얼마나 처참한 지는 말 할 수 없을 정도다"면서 "특히 대한민국에서 간첩으로 몰리는 것 자체가 죽음보다 힘든 고문이었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에겐 중앙정보부와 보안사가 끔찍한 기억의 장소였다. 79년 ‘YWCA 위장결혼’ 사건으로 보안사에 잡혀가 당한 고문으로 지금도 무릎이 불편한 임채정 의원은 "애써 잊으려 했는데, 이번 일로 치 떨리는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났다"고 격분했다.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던 유인태, 장영달 의원은 "이근안씨와 박종철 군 물고문 사건 정도 외에 지금까지 누구도 고문을 자인한 적이 없다"고 성토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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