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문을 연 ㈜신성금고제작소는 무려 72년 동안 오직‘금고’하나만 만들어왔다. 금고 제작업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뒤 다른 분야로 사업 확장을 노려볼 만도 했지만 이 회사는 고지식할 정도로 금고 제작에만 매달렸다.’한 우물 파기’전략은 모든 중소 제조업체들이 휘청거렸던 외환위기 당시빛을 발했다. 평균 80억~100억원에 이르던 신성금고제작소의 연매출도 1997~98년에는 26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신성금고제작소는 이때 94년부터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던‘지문인식 방식 금고’를 시장에 내놓았다. 결국 은행 뿐만 아니라 부촌으로 알려진 서울 평창동, 압구정동은 물론 경기 분당과 일산 지역에서 주문이 대거 쏟아졌고, 회사는 다시 연매출 100억원대를 회복할 수 있었다.
설립한지 30년 이상 된 중소기업들의 장수 비결은 한 업종에서 최고의 전문기업이 되기 위한‘한 우물 파기’전략과 ‘기술혁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14일 30년 이상 된 중소 제조업체 202개를 조사한 결과 86.6%가 창업 초기 사업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창업 이래 가장 중시했던 경영전략으로 기술혁신(54.2%)을 꼽아, 한 업종에서 전문성을 다지는 ‘장인 정신’이야말로 기업 장수의 비결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종을 고집해온 기업들은 장수의 비결로 ‘거래기업과의 신뢰구축’(23.4%), ‘경영 노하우 축적’(18.3%), ‘끊임없는 기술혁신’(14.4%) 등을 꼽았다. 실제 조사결과 이들 기업의 신제품 개발 주기는 평균 2.8년이었으며,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비율은 매출액 대비 2.51%로, 일반 제조업의 평균 기술개발 투자비율(2.3%) 보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도 급변하는 시장수요 변화 등으로 인해 73.3%가 경영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이때 위기관리를 위한 자금동원(24.2%) 신기술 개발(22.3%)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한편 이 같은 장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대부분 가족들에 의해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4.7%는 아직도 창업자가 운영하고 있으며, 48.0%는 직계가족이 기업 운영을 승계했다.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곳은 9.9%에 불과했다. 특히 조사업체의 81.2%가 후계자를 통해 기업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밝히면서도 그 중 90.1%는 "내 자식이 기업을 물려받길 바란다"고 답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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