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처음으로 선택형 응시 방식으로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일부 과목간 표준점수 차이가 너무 큰 것으로 나타나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일고있다.선택과목의 모든 항목을 다 맞춰 원점수로 만점을 받은 수험생의 표준점수 차이가 수리 9점, 사회탐구 7점, 과학탐구 6점, 직업탐구 13점, 제2외국어·한문 37점이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난이도 조정을 제대로 못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상위 4%’로 규정된 1등급 비율도 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영역 일부 선택과목은 10%를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평균 점수를 중심으로 정상분포를 이뤄야 할 표준점수를 제대로 산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채점위원장인 박성익 서울대 교수는 이에 대해 "난이도와 성적분포 경향성은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집단의 특성, 응시생 숫자, 교과목 성격 등의 변수가 상호 작용하는 것이어서 기술적으로 이를 모두 반영하기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도 "선택과목은 교과내용과 출제위원, 응시자 등 3대 변수가 모두 달라 난이도를 100% 맞추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을 어렵게 냈더라도 원점수로는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수험생이 똑같이 낮은 표준점수를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원점수 만점에 대해서는 선택과목이 다르더라도 같은 표준점수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준점수 격차는 백분위로도 보완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있다. 교육부는 선택과목간 표준점수 점수차를 보완할 수 있도록 대학별로 백분위를 사용하거나 백분위 및 표준점수를 자체 변형해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원점수로 만점자가 많아 표준점수가 낮으면 백분위를 활용하더라도 보완하기 어렵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점수로 만점을 받아 표준점수로 그 과목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더라도 백분위 성적이 ‘100’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은 "만점자가 많으면 표준점수보다 백분위에서 오히려 더 많은 차이가 날 수 있어 제도적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인 박성익(사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14일 "일부 과목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게 사실"이라며"그러나 과목별 점수분포 대를 각 대학이 다양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선발 근거로 활용할 것으로 보여 입시전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과목에서 1등급이 17%나 나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쉽게 출제된 사회탐구 윤리, 국사, 한국지리 과목에 재수생이 몰려 1등급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 같다. 총 51개 시험과목에서 4∼5개 정도가 부분적으로 난이도에서 약간 벗어났다. 난이도 문제와 성적분포는 학생들의 선택, 교과목 특성, 응시생 숫자 등 여러 변수가 상호 작용하면서 나타난다."
-영역 및 과목별 만점자가 없는 과목이 있나.
"최고 표준점수를 받은 사람들을 만점자로 보면 된다. 직업탐구 일부 과목은 만점자가 없다."
-러시아어는 최고점수가 63점인 반면 아랍어는 100점으로 차이가 너무 크다.
"아랍어는 6월 모의고사 때 응시생이 200여명이었지만 9월에는 단 1명도 없었다. 응시생 예측이 곤란했다."
-과학탐구 생물Ⅰ은 1등급 표준점수가 61점으로 2만4,215명인데, 모두 만점자인가.
"1등급에 만점자가 다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1등급은 4%인데, 만약 만점자가 2.5%이면 나머지를 2등급에서 올려야 하는데, 동점자가 많으면 1등급 숫자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수리의 경우 ‘가’, ‘나’형은 1등급에서 9점 차이가 났다. 대학 가중치 부여에 따라 유·불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나.
"이공 및 자연계열 응시 학과에서는 ‘가’형에는 가중치를 주고 ‘나’형에는 주지 않는다. 10% 내외의 가중치를 준다고 할 때 보정이 상당할 정도이고, 그 이상으로 가중치를 주면 ‘가’형을 택해도 ‘나’형에 비해 불리하지 않다."
김진각기자
■ 용어설명
수능 성적표에 자신이 맞힌 문항의 배점을 합산한 원점수 대신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만 표기된 게 올해 수능의 특징이다.
▦표준점수 응시 영역·과목의 응시자 집단에서 해당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나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점수다. 산출 방법은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에서 계열별 전체 응시생의 평균 원점수를 뺀 값을 해당과목의 표준편차로 나누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똑 같이 원점수가 높더라도 쉽게 출제돼 평균이 높은 과목은 시험 문제가 어려워 평균이 낮은 과목보다 표준점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원점수가 만점이더라도 과목별로 표준점수는 달라진다. 모든 영역과 과목이 ‘선택’으로 바뀌어 응시하는 학생의 모집단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원점수와 총점은 의미가 없다.
▦백분위 전체 수험생의 성적을 최고점부터 최하점까지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개인 성적의 상대적인 위치를 1~100점의 백분율로 나타낸 서열척도다. 선택과목별로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차이가 날 수 있어도 백분위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동점자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등급 성적표에 영역별, 선택과목별 등급이 1~9등급으로 표시된다. 1등급은 표준점수의 상위 4%, 2등급은 4~11% 등으로 매겨진다. 등급간 경계점에 있는 동점자는 상위 등급으로 기재돼 실제 1등급을 받는 수험생의 비율이 4%를 크게 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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