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빨간 티셔츠, 주먹을 쥐고 포효하는 특유의 카리스마, 그리고 우승트로피. 타이거 우즈(미국)의 ‘선데이 드라마’가 오랜만에 재연됐다.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 셔우드골프장(파71·6,988야드)에서 13일(한국시각) 열린 PGA투어 마지막 대회인 타깃월드챌린지(총상금 525만달러) 최종라운드.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우즈는 이날 5언더파 66타를 몰아치는 역전 우승 샷(합계 16언더파 268타)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한 해를 화려하게 마감했다.
2월 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의 PGA대회 우승. 스트로크플레이대회로 따지면 지난해 10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챔피언십 이후 14개월 만의 정상 등극이다. 2년 연속 준우승의 불운을 딛고 3년 만에 ‘호랑이트로피’(우승컵)를 되찾은 우즈는 우승 상금 125만달러를 이 대회를 주최한 타이거 우즈 재단에 전액 기부했다.
정규 투어 대회는 아니지만 우즈는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 이어 이날도 황제의 부활을 알릴 만큼 완벽한 샷을 선보였다.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난 것은 2번, 그린을 놓친 것은 단 1번. "스윙교정 작업이 완성단계에 왔다"는 자신의 말을 입증한 셈이다.
막판 레이스의 경쟁자는 "(나를) 초대한 것이 실수였다"며 엄포를 놓던 몽고메리가 아니었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우즈로부터 대회 2연패의 영예를 빼앗아간 포드릭 해링턴(아일랜드)이었다.
승부처는 16번홀(파5). 해링턴이 이 홀에서 두번째 샷을 개울에 빠뜨리는 실수로 1타를 잃은 것과 달리 우즈는 세번째 샷이 러프에 박히는 위기 속에서도 1.2m의 파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간격을 2타차로 벌리고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우즈는 "올 한해 내내 걸음마를 해야했다"면서도 "(이번 대회에선) 모든 샷들이 원하는 곳으로 날아갔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해링턴은 합계 14언더파로 준우승(75만 달러)을 차지했고, 몽고메리는 50세의 노장 제이 하스(미국)와 함께 공동 3위(합계 13언더파)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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