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로 챙기고, 환율로도 먹고.’얕고 변덕스러운 국내 증권·외환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중의 과실을 챙기고 있다. 현재 16일간 지속 중인 무차별 매도행진을 통해 외국인들은 30% 이상의 막대한 주식매매 및 환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알토란 같은 국부가 유출된 셈이다.
13일 한국은행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2일 이래 총 1조9,0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거래소 기준)했다. 16일 연속 순매도가 이어진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월 이후 처음이자, 국내 증시역사상 세 번째로 긴 기록이다.
12월 회계마감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연말 외국인들의 매도행렬은 무척 이례적이다. 배당이 대기해있고 주요국 지수조정도 끝난 만큼 외국인들이 팔 시기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를 회의적으로 봤다면 뮤추얼펀드 등에서 환매요청부터 쇄도할 텐데 그런 징후도 없는 것을 보면 ‘셀 코리아(Sell-korea)’는 아닌 듯 싶다"고 말했다.
결국 진짜 매도원인은 환율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인식, 즉 환차익 실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당 보다도 환차익이 훨씬 짭짤하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10월 원화절상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뒤부터 매도우위로 전환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유입된 외국인 주식자금은 원·달러 환율 1,150~1,200원대에 들어온 돈이다. 지금의 1,050원대에서 빠져나간다면, 환차익으로만 앉아서 10%를 버는 셈이다. 지난달 23일 이후 순매도된 1조9,000억원이 완전히 빠져나갈 경우, 환차익 규모는 1,900억원(1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동원증권 정훈석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은 4월과 10월의 순매도 때에도 직전 한달간 20% 이상의 수익을 냈으며 이번에도 최소 20% 가량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식매매 차익 20%에 10%가 넘는 환차익까지 계산하면, 외국인들의 실현수익률은 30%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커 외국인이 맘만 먹으면 들락날락하며 얼마든지 과실을 따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환란 이후 자금유입→주가상승·환율하락→이중이익(주식매매+외환) 실현→자금유출→주가하락·환율상승→자금 헐값유입의 경로를 반복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챙겨왔다.
결국 주가상승과 원화절상의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이며, 그만큼 국부가 빠져나가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환율이 오르거나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외국인 자금은 틀림없이 다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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