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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이란核 해법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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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이란核 해법 ‘충돌’

입력
2004.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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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을 놓고 격돌했던 미국과 유럽이 이란 핵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다시 대립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지난달 이란과 핵 프로그램 잠정동결이란 타협을 이끌어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협상 3국은 최근 이란과의 차기협상에 미국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잠정동결을 영구동결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유럽 3국은 "자발적이고 잠정적 조치"라는 이란 정부의 핵 타협안 기조를 바탕으로 13일부터 이란에 경제보상 및 안전보장책을 제시하는 내용의 ‘2단계’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유럽측은 2단계 협상의 성패는 이란측에 납득할 만한 당근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는 결국 미국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 한 고위외교관은 이날 "이란에 제시될 수 있는 가장 큰 당근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란 정부는 신뢰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란 정부와 보상을 전제로 한 어떤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에는 이란 정부가 과거 수 차례 핵 동결 약속을 어긴 전력이 있는데다 1994년 북한과 체결한 제네바 핵동결 합의도 일방 파기된 데 따른 상대국에 대한 불신이 짙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점을 들어 이란을 협상 파트너로 삼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한묶음으로 비난하고 있다.

미국은 "IAEA의 의도는 평가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순진했으며 또 이란 정부의 의도도 잘못 해석했다"며 "정작 필요한 것은 핵 프로그램을 영구 포기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중대한) 결과를 맞닥뜨릴 것인지 이란 정부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IAEA가 순진했다는 근거로 이란 내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권이 지나치게 제한된 점, 서방이 파악하지 못했던 시설에 대한 사찰은 원천 금지된 것 등을 들었다. 미국은 또 2단계 협상에서 이란 정부의 테러단체 지원 등은 논의하지 않은 채 이란 정부의 핵연료 및 첨단 핵기술 접근권,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전역의 비핵지대화 등을 논의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유럽측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이란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기겠다는 뜻을 이란 정부에 경고했다며 미국을 설득하고 있으나 미국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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