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2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 지났다. 이제 중기적으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촉매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해야 할 차례이다. 물론 연말까지는 배당을 겨냥한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 여부가 화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화두는 한시적이다.보다 시야를 멀리 두고 동인(動因)을 찾는다면, 환율 변화와 국내투자자의 역할 제고를 꼽을 수 있다. 14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올려 유로의 정책금리를 상회하게 될 경우 달러 약세가 일시적으로 진정되겠지만, 내년 초 미국의 경상적자가 오히려 심화하면서 달러 약세가 핫이슈로 다시 부상할 수도 있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내년 1분기 중 환율의 급변동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물 편입에 대해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는 2005년 중 도달 가능한 저점 테스트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판단된다. 특히 내년 1분기 기업실적을 통해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실제로 수익구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인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환율이 기업수익에 미치는 민감도 분석결과, 원화가 10% 절상되면 영업이익은 7% 내외 축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반응은 이 같은 예상의 충족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10% 절상된 환율 요인에 의해서도 영업이익이 7% 이내 축소로 방어된다면, 이는 국내 기업의 가격결정력 및 비가격 경쟁력의 제고를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올해 시장이 구조적 변혁 과정을 거치면서 주가 저점이 과거 지수 500에서 700선으로 한단계 상향 조정된 것과 같이, 내년에는 순환적 경기 사이클을 반영해 저점이 올해보다 한단계 높아진 800선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 1분기까지 환율 리스크 및 외국인의 소극적인 투자전략 속에서 과연 800선을 지지해줄 요인은 무엇일까. 역시 가격측면의 매력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급구조의 안정화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제까지 특별한 계기를 이용한 단기매매에만 치중했을 뿐, 진정 가치투자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올 하반기부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진정한 가치투자가 시작됐다. 저금리 기조의 정착, 장기 성장종목의 확산, 가계의 부채부담 급증 등이 만든 합작품이 바로 적립식 투자개념의 확산이다. 내년에는 국내 투자자도 적립식 투자를 발판으로 진정한 가치투자자가 되는 원년이자 지수 저점 800선을 지켜내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세중 동원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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