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입당 의혹 논란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당시 사건 관련 기록들이 추가 공개되면서 ‘노동당 가입’과 ‘고문 조작’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의원의 노동당 가입 여부 = 12일 우리당이 추가 공개한 이 의원의 1심 재판 당시의 검찰 공소장과 1심 판결문을 비교하면, 재판부는 이 의원의 중부지역당 가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위장명칭"이라고 밝힌 후, 이 의원이 "반국가단체인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에 가입, 그 구성원이 되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문은 공소장과 달리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이름을 일체 거론하지 않는 대신 반국가단체인 ‘민해전' 가입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공소 사실의 핵심은 중부지역당 입당이지만, 당시 이철우 피고인이 이를 적극 부인해 재판부가 받아들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이 이 의원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도 검찰 스스로 이 의원의 노동당 가입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검찰이 황인오, 양홍관씨 등 사건 핵심 관련자의 경우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민해전 가입만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자 ‘노동당 가입’을 주장하며 항소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고등법원이 황인오씨 등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민해전이 노동당 중부지역당의 위장명칭’이라고 판단한 점이다. 우리당은 "이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항소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이 의원이 민해전에 들어간 만큼, 중부지역당에 가입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고 맞섰다.
◆ 고문 조작 여부 = 우리당은 또 이날 당시 사건 관련자의 재판기록 등을 추가 공개하며 고문 조작설을 재차 주장했다. 특히 이철우 의원을 포섭한 것으로 지목된 양홍관씨의 2심 판결문에는 "안기부가 손가락 사이에 나무막대기를 끼워 주리를 틀고, 알몸으로 만든 다음 성고문을 했다"는 등 양씨의 고문 피해주장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재판부는 그러나 판결문에서 "안기부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양씨가 5차례 걸쳐 검사 신문을 받았고, 공소사실을 소상하게 진술했다"는 점 등을 들어 검찰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양씨는 그러나 "검찰 조사시 안기부 진술대로 하지 않으면 다시 안기부로 보낸다는 협박을 받았고, 검사에게 고문사실을 이야기 했으나 받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병호 의원은 "이철우 의원에 대한 공소사실은 대부분 양씨의 진술에 기반했던 것"이라며 "재판기록에도 뚜렷이 남아있는 양씨의 고문 피해 주장이 이 의원에 대한 고문 조작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당이 이날 공개한 당시 민가협 등 시민 단체들이 펴낸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자료집’에는 이철우 의원에 대해 "2~3일 동안 주먹 쥐고 물구나무서기와 무차별 구타를 당했으며 변호인에게 양손약지 윗부분에 약 1센티미터 정도의 딱지자욱의 고문흔적을 보여줬다"고 적고 있다. 문 의원은 그러나 "이 의원이 당시 부친이 돌아가시는 등 심리적인 패배의식으로 재판과정에서는 고문을 강하게 주장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시 수사기록이나 재판기록에 이 의원이 고문을 받았다는 주장이 전혀 없다"며 "진정 고문조작이 사실이라면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고문을 당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정형근 의원은 "DJ 정권 때 나를 잡으려고 샅샅이 뒤졌는데 지금까지 내가 온전한 것을 보면 고문 혐의가 있겠냐"며 일축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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