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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 잡히고 은행돈을 내돈처럼/ 300억대 토지사기단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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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 잡히고 은행돈을 내돈처럼/ 300억대 토지사기단 활개

입력
200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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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동산은 안녕하십니까. 한 번쯤 등기상황을 체크 해 보십시오.’위조한 서류를 이용해 남의 땅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90억원대의 대출금을 받아 챙긴 토지사기단 21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고건호 부장검사)는 12일 성남, 수원, 인천 등 수도권 총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해 주민등록증, 등기권리증, 인감증명서 등을 위조한 후 토지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은 혐의(사기 및 공문서 위조 등)로 조직총책 곽모(51)씨 등 7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달아난 남모(49)씨 등 5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인적사항이 불명확한 3명을 계속 쫓고 있으며 공범 1명은 범행 후 자살하는 등 관련자가 21명에 이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총책의 지휘 아래 서류나 증명서를 위조하는 ‘위조책’, 토지소유자로 행세하는 ‘바지’, 채권자로 위장하는 ‘도우미’ 등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소유권 변동이 없고, 은행담보나 거래내역이 거의 없으며, 소유주 주거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대지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또 위조 주민등록증으로 가명을 썼고, 순번을 정해 범행에 가담했고, 상호간에도 점조직으로 만 연락이 닿도록 철저히 신분을 숨겼으며, 대부분 전과 5∼10범의 전문가들이었다.

검찰은 이들 범행이 전국적으로 확대해 있거나,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계가 있는 또다른 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나대지의 성격상 소유주가 토지의 소유상황이나 은행담보 등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 관련 서류만 위조하면 범행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조직폭력사범, 마약사범 등과 같이 토지사기범들의 인적사항과 전과기록 및 사진 등을 수집, 전국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이 개입한 토지사건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5건. 지난해 9월 성남 분당구 삼평동 시가 150억원 상당의 임야 3만4,950평에 대해 주인으로 행세하며 T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대출받았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부평구 삼산동 일대 시가 50억원 상당의 토지를 대상으로 같은 수법으로 10억원을 챙겼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의 시가 48억원 상당의 임야를 대상으로 같은 범행을 저지르려다 주민등록증 위조 사실이 발각돼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이 각 지역 검찰청 별로 간헐적으로 밝혀지고 조직원 일부가 사법처리 돼 구성원이 지명수배 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위조된 신분으로 계속 범행을 저지르고 다녔다.

조직의 뿌리가 검찰에 꼬리를 잡힌 것은 지난 9월. 시가 70억원 상당의 수원시 영통구 소재 1,400평에 대해 등기권리증을 위조해 명의이전을 하려다 적발됐다. 당시 한 법무사가 등기소의 관인이 위조된 사실을 눈치 채고 검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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