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명의 고교생이 5명의 여중·고생을 1년 동안 농락한 경남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그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일은 피해 여학생들이 보복공포와 수치심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한 채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물리적 폭력과 동영상 공개 협박 등으로 여중생 자매 등을 집단으로 농락한 행위는 아무리 학생 신분이라고 해도 도저히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다. 수능 부정사건에 이어 청소년들의 도덕적 해이와 사회적 일탈의 심각성을 일깨운 한편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사회 전체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가해자 학부모들이 피해 학생들에게 "신고하고 제대로 사나 보자. 몸조심 하라"며 협박했다고 하니 도덕불감증에 걸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보호 소홀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그제는 광화문에서 수백 명이 참석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처음에 경찰은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가해 학생 중 3명만 구속시키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가 비난이 일자 뒤늦게 9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피해 학생과 가족들이 여경에 의한 조사를 요구했으나 묵살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한 경찰관은 피해자들만 있던 방에서 "밀양 물 다 흐려놨다"는 등의 폭언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은 가해자들을 일렬로 세운 뒤 성폭행 피해자들로 하여금 가해자를 직접 찍어내도록 함으로써 피해 학생들이 보복 걱정과 수치심에 시달려야 했다.
한마디로 피해자의 인권을 최우선 해야 할 성폭행 사건 수사의 기본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수사관의 책임을 물어야 하며, 아울러 시대착오적인 성폭행 사건 수사 방식을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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