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초선의 대거 진출로 기대를 모은 17대 첫 정기국회가 기본 책무인 새해 예산안조차 처리하지 못한 채 100일간의 회기를 마쳤다. 무책임한 폭로전과 색깔 공방, 막말 삿대질, 얄팍한 꼼수 등의 구태를 되풀이했을 뿐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 등에서 전혀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국회였다. 대통령은 이라크 아르빌을 전격 방문해 자이툰 부대원들을 격려했는데 국회가 무성의로 파병연장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도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다.국민들의 엄한 질책을 받아 마땅한 국회의 비생산성은 여야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지만 굳이 그 경중을 따진다면 집권 여당의 정치력 부재를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은 반대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정치 격언도 있듯이 정부 여당의 정책에 대한 야당의 반대는 상수다. 정부 여당은 이를 정략적 발목잡기라고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정책 타당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인내를 갖고 설득해야 한다. 정부 여당은 과연 이번 회기에서 그러한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정책 추진의 우선순위를 감안하지 않고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법안의 연내 처리를 놓고 오락가락한 것도 여당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제1야당으로서 대안 없이 막무가내식 반대로 일관한 한나라당의 무책임성 역시 국민의 질책을 피할 수 없다. 정부 여당이 내놓은 정책들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한 뒤 처리를 해야 함에도 원천적으로 국회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독선이다. 한나라당이 현안의 시급성을 외면하고 모든 것을 4대 법안 저지에 연계시켜 온 지연전술도 속 보이는 처사다.
현안을 처리 못하고 정기국회 회기를 끝낸 여야가 ‘간첩 논란’을 둘러싸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임시국회를 즉시 정상 가동하여 새해 예산처리 등 밀린 숙제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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