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창조한 디지털 병균’ 컴퓨터 바이러스가 휴대폰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TV와 홈네트워크 가전 등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아 실행하는 첨단 디지털 제품이면 무엇이든 디지털 바이러스의 위협을 받게 될지 모른다.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의 창시자인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9일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컴퓨터 바이러스에서 진화한 ‘미래형 바이러스’의 등장이 구체화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 첫번째 징조는 ‘휴대폰 바이러스’다. 안 사장은 "이미 싱가포르와 핀란드 등에서 휴대폰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됐다"며 "한국도 공격권에 근접해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최초의 휴대폰 바이러스는 지난 6월 핀란드와 러시아에서 발견된 ‘카비르.’ 이 바이러스는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이 제조한 스마트폰에서 발생했으며, 휴대폰을 켤 때 마다 액정화면에 ‘카비르’라는 글이 뜨는 증상을 보였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전문 해커 집단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바이러스 5종이 무더기로 등장했다. 이들 바이러스는 인터넷상의 가짜 무선 콘텐츠 사이트를 통해 퍼졌다. 벨소리, 컬러링이나 배경 화면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말에 속아 휴대폰 바이러스를 내려 받은 4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기능이 마비되고, 저장된 전화번호부가 날아가 버리거나 휴대폰 화면의 아이콘이 모두 해골로 변하는 증상을 겪었다.
지금까지는 유럽식(GSM) 휴대폰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환경에 맞춘 바이러스도 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은 성인 남녀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생활 필수품"이라며 "강력한 파괴력의 휴대폰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이 가정하는 최악의 사태는 지난해 1·25 인터넷 대란처럼 휴대폰 바이러스가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장비를 공격, 이동전화망을 완전히 마비시킴으로써 ‘통신 대란’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이밖에 문자메시지, 전화번호부 등 개인정보를 빼돌리거나 고액의 유료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엄청난 요금이 나오게 하는 현실적인 위협도 존재한다.
결국 멀지 않아 휴대폰에도 바이러스 백신을 깔아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 시만텍은 이미 휴대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팀을 운영 중이다. 안철수연구소도 최근 SK텔레콤과 제휴, 휴대폰용 ‘V3’ 백신을 개발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