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는 마약이 아닙니다. 대마초 흡연자를 무겁게 처벌하는 현행법은 음성적 밀매를 조장해 대마 사용자들을 범죄집단의 공갈 협박 등 또 다른 위험에 빠뜨릴 뿐입니다."10일 낮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마약범죄학회 주최로 열린 ‘합리적 마약정책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의 화두는 단연 ‘대마초 합법화’였다. 교정치료 전문가와 마약범죄학자, 의사, 마약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 등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마초의 약리 작용과 사회적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재평가해 합리적인 관리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마약범죄학회 전경수 회장은 "대마초는 히로뽕 코카인 등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나 위험성이 현저히 낮으므로 대마관리에 관한 법률 등 대체입법을 통해 다른 마약과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국가기관을 통해 대마초와 술 담배 등 다른 마약류의 위험성에 대한 비교감정을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 처벌보다는 교정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마약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발표자로 나선 국회 보건복지위 김춘진(열린우리당) 의원은 "대마초 흡연에 대한 무거운 처벌은 행정편의주의적 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대마 사용자에 대한 치료보호 조건부 기소유예 선고 법제화 등 형사정책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에서 마약중독자 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허근 신부도 "매매춘 마약 등 전통적인 사회 문제들이 단속만으로 해결된 적은 없었다"며 "단속 이전에 교정과 재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대마초 합법화 논쟁이 ‘대마초가 완전히 무해하다’는 새로운 오해를 낳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장진경 숙명여대 가정학과 교수는 "대마초의 남용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방해해 자신뿐 아니라 주위 가족들에게 고통을 준다"며 "대마초 사용규제 완화는 의학 분야 등 꼭 필요한 곳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정숙 경희대 간호학과 교수도 "대마는 사회 부적응자나 의지가 박약한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의존성을 유발해 마약과 같은 폐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번 대마초 합법화 논쟁의 불씨를 댕긴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발언 기회를 신청해 녹내장 치료과정에서 안압을 낮춰 주는 대마초를 피웠다가 처벌을 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대마초의 의학적 사용 합법화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0일 대마초 합법화 논란에 대해 "개인의 행복추구권보다 보건사회적 폐해 예방이 우선"이라며 "일부 문화예술인들의 주장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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