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이 문제해결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전 분야에서 상위권에 오른 ‘2003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실무책임자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 부국장이 엊그제 방한해 한국의 평준화정책이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각국의 학업성취도를 수년간 분석한 결과, 공부 못하는 학생들끼리 모아놓으면 성적이 내려가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끼리 모아놓으면 성적이 조금 오르며,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모아놓으면 성적이 가장 많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옆에 있으면 못하는 학생이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평준화 반대론자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하던 ‘평준화=학력저하’ 등식과 정반대되는 분석이다. "평준화 고교에서는 하위권 학생들이 교사들이 가르치는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학습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이 거듭돼 전체 성적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석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통계를 기초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적지 않다.
우리나라 최상위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2000년에 비해 큰 폭으로 향상된 것이나, 모든 영역에서 국내 학생 간 성취도 격차가 OECD 평균보다 적게 나온 점 등도 현행 평준화체제가 큰 문제가 없음을 실증하고 있다.
지금 미국 일본 독일 등 순위가 크게 낮아진 선진국들은 "미래가 없어졌다"며 교육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우리 일부에서는 조사결과를 믿기 어렵다느니 하며 오히려 ‘평준화 흔들기’에 나서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평준화정책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중·고교에서의 높은 학업성취도가 대학교육의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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