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물이던 올 2월 드라마 '겨울연가'에 감동을 받고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을 따라 동행취재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30~60대 아주머니들로 구성된 관광객은 배용준과 최지우가 사랑을 속삭였던 남이섬, 용평리조트 등에서 드라마속 주인공이 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라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는 일시적인 현상이겠거니라는 생각도 가졌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11월 일본으로 취재를 나섰습니다. ●공교롭게도 일본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날 배용준이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열광하던 일본인 팬들의 모습을 현지 TV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2월에 경험했던 것보다 몇십 배 업그레이드된 일본인의 한류열풍을 실감케하는 장면이었죠. ●일본에 도착, TV를 켤 때마다 매번 배용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잡으려는 취재경쟁이 화면을 꽉 채웠고, 처음 만나는 일본인과의 어색한 만남에서도 겨울연가 이야기로 시작하면 부드럽게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생각이 적잖이 바뀐 것입니다. ●겨울연가가 일본인을 위해 만든 드라마는 아니지만, 겨울연가로 인해 그들은 한국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서 한국어배우기 열풍이 일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든 '겨울연가', '아름다운 날들' 등 한국 드라마의 대본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차별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던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지속될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본은 분명 달라지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일입니다. ●물론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일본정부의 시각도 변하는 것 같습니다. ●내년 3월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영구 무비자 입국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고급스포츠에 해당하는 골프와 스키도 일본에서는 오히려 싸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흔히들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합니다. ●전자는 거리상의 요인이지만 후자는 심리적인 요인일 것입니다. ●이웃이지만 왠지 화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겠죠. ●내년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한 지 60년 되는 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된 셈이죠. ●세상이 변했고, 사람도 변했습니다.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일본 여행 | 가고시마 야쿠시마 섬
천년(千年)의 시간을 세어본 적이 있는가.
‘천년의 사랑’이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처럼, 인간을 비롯한 나무 풀 등 생물에게 천년은 극한의 시간이다. 하지만 그 오랜 기간을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다면 믿겠는가. 그것도 일천년이 아닌 수천년의 세월을. 생의 맥박이 살아있는 3,000년, 7,000년의 시간을 만져볼 수 있는 곳. 천년의 숲이 있는 섬, 일본 가고시마의 야쿠시마(屋久島)로 안내한다.
일본 규슈의 최남단인 가고시마(鹿兒島) 현. 가슴 속 깊숙이 바다를 품은 말발굽 모양의 땅이다. 그 한가운데에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지금도 거칠게 허연 숨을 몰아 쉬고 있다.
가고시마에서도 가장 아래지역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17일부터 양일간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이부스키다. 천년의 생명을 간직한 야쿠시마섬은 이 이부스키에서 배를 타고 130km를 내리 남쪽으로 달려야 만날 수 있다.
전날 태풍이 물러간 야쿠시마는 모처럼 밝게 모습을 드러내며 이방인을 맞았다. 일년 중 안개옷을 벗는 날이 며칠 안된다는데 행운이다. 섬은 쪽빛의 태평양 한가운데?수직으로 솟아 올라 웅장하다. 산이 산을 덮고 또 그 산은 다른 산이 둘러싸고. 둘레 100km밖에 안되는 섬이지만 최고 높은 산은 1,932m에 달하고 1,800m넘는 봉우리만도 7개가 넘는다고 한다. 2만의 사람과 2만의 사슴, 2만의 원숭이가 산다는 야쿠시마는 2000년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천연(天然)의 섬이다.
깎아지른 벼랑 위, 구불구불 산길을 타고 오른 곳은 시라타니운스이 협곡. 천년 넘은 삼나무 숲속으로 떠나는 산책로다. 거친 물살을 일으키는 계곡을 따라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계단을 오른다. 옥빛 맑은 계곡엔 물고기 한마리 살지 않는다고 한다. 장대처럼 퍼붓는 빗줄기로 언제나 휩쓸려 내리는 계곡에는 물고기의 먹잇감이 떠있을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란다.
등산로를 덮은 가지 사이로 녹음을 반사한 햇빛을 감상하며 오르길 20여분. 어른 일곱 여덟은 팔을 이어야 감싸 안을 것 같은 고목이 나타났다. 니다이스기(二代杉), 이대삼나무로 불리는 이 나무는 2,000년 나이 든 삼나무를 베어냈는데 그루터기에 자기 씨앗이 내려앉아 다시 생명을 이었다고 한다. 밑동은 2,000년, 윗 줄기는 250년인 나무다.
이 섬에는 1,000년 넘은 삼나무가 2,000그루가 넘는다는 게 정설. 1,000년이 넘는 삼나무를 가리켜 야쿠스기라 한다. 장고한 세월을 견딘 야쿠스기는 방충, 방습효과가 뛰어나 목재 기와 등 자재로 인기가 높았다.
시라타니운스이 협곡의 트레킹 코스를 따라 8시간을 더 걸으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자주 찾아 ‘원령공주’의 배경을 삼았다는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고 한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아쉽지만 길을 내려와야만 했다.
다시 다른 산길을 타고 오른 해발 1,230m의 산속. 길가에 거대한 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섰다. 3,000년이 넘었다는 삼나무다. 기원전에 태어난 삼나무라 기원스기라 불린다. 조심스레 밑동을 만지니 거죽은 촉촉하면서 매끄러웠다. 3,000년의 생명이 주는 전율이 몸을 엄습했다. 신령스레 뻗은 가지,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 흰 껍질 위로 곱디 고운 신록을 피워낸 광경이란. 시간의 깊이, 생명의 엄숙함에 절로 숙연해진다.
기원스기 인근의 약수터에서 물을 마셨다. 천년의 생명을 휘돌아 내린 물맛은 부드러우며 달았고, 삶의 연장에 목말라 벌컥거리는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었다.
야쿠시마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조몬스기, 나이라 하기엔 어마어마한 7,200년의 시간을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다고 한다. 섬 한가운데 깊은 곳에 자리해 하루를 꼬박 등산해야 만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독 이 곳에서 수천년의 생명이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섬의 거친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빽빽한 숲이라 빛이 부족해 나무는 겉으로 크게 자라지 못했다. 대신 안으로 단단해졌다. 그리고 버티고 버텨 주변의 나무들이 말라 죽을 때까지 살아 남아 야쿠스니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천년의 생명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환경과 치열하게 싸워 거둔 전리품이었다.
가고시마=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일본 여행 | 가고시마 다른 볼거리들
가고시마의 옛 지명은 '사쓰마'로 일본 역사에서 천황과 더불어 800년간 순수혈통을 이어온 시마즈 가문의 영토였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정한론의 발상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 이곳은 지금의 일본을 가능케 한 역사의 땅이기도 하다. 고구마와 조총을 처음 받아들였고 메이지 유신의 시발점으로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저력 있는 고장이다. 가고시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내뿜은 화산재로 독특한 지질을 가지고 있다. 고구마의 원조 답게 고구마와 고구마소주가 유명하고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무, 가장 작은 밀감이 등재돼 있다. 살아있는 화산으로 땅속은 뜨거운 불구덩이. 이부스키 해변의 검은 모래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래찜질온천이 가능한 곳이다. 바다로 흘러드는 온천으로 모래에는 각종 광물질이 녹아있다. 온천에 달구워진 모래를 온몸에 덮고 누워있으면 각질제거는 물론 체내의 노폐물까지 배출된다고 한다. 이부스키의 이케다코는 가이몬다케산의 화산폭발로 물길이 막혀 형성된 호수. 이곳에 사는 길이 2m 둘레 50cm가 넘는 장어는 천연기념물이다.
이부스키 인근의 치란은 옛 집들이 보존된 사무라이 마을이다. 돌담보다 더 반듯하게 깎아놓은 정원수 등 일본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야쿠시마 인근의 다네가시마(種子島) 섬이 바로 조총과 고구마가 처음 들어온 장소다. 야자 가로수와 끝없이 펼쳐진 사탕수수밭이 이국적이고 로켓발사대 등 일본의 우주센터가 있는 곳이다.
가고시마에서 이와사키호텔 그룹의 그림자를 거치지 않고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부스키, 야쿠시마, 다네가시마 호텔 등 5개의 호텔과 이부스키 골프장 등 2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고시마의 대표적인 종합관광업체다. 육상과 해운 등 운송회사와 주유소 등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이와사키호텔 서울사무소 (02)598-2952
가고시마=이성원기자
■ 일본 여행 | 스키장
13대 800. 무슨 숫자인지 궁금하다고? 정답은 한국과 일본의 스키장 개수다. 발 디딜 틈 없는 슬로프, 장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리프트. 국내 스키장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스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프트를 타기 위해 오랫동안 줄을 서야 할 필요도 없고, 활강도중에 상대방과 부딪히지 않을 까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다. 때맞춰 저렴한 가격의 스키상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만 하면 된다.
일본 북단인 홋카이도는 뭐니뭐니해도 눈의 고장이다. 삿포로는 이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겨울휴양지로 손꼽히는 곳. 세계적인 리조트체인인 클럽메드가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초급자 코스 10개를 비롯, 모두 16개의 슬로프가 있다. 클럽메드 코리아는 전문가의 강습과 리프트무료이용(스키렌탈별도), 전일정 식사가 포함된 3박4일 상품을 117만3,000원에 내놓았다. 13, 14, 15, 21일 출발기준. (02)3452-0123.
일본에서 홋카이도 다음으로 북쪽에 위치한 아오모리 역시 스키의 고장으로 손색이 없다. 적설량이 풍부한데다 설질(雪質)이 좋아 스키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 아지가사와, 모야힐즈, 오와니, 핫코 등 다양한 스키장이 있다. 일본전문여행사인 JTC는 아오모리 스키장 2박3일 상품을 49만9,000원에 판매중이다. 3박4일은 59만9,000원. 스키리프트권(종일권 평인 2,500엔가량)은 개별 구입해야 한다.
적설량에 있어서는 혼슈 북서부의 아키타현도 다른 지역 못지않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다자와호를 바라보며 활강을 할 수 있는 다자와호스키장은 아키타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키장이기도 하다. 16개의 슬로프에 다양한 코스가 있어 초보자에서 상급자까지 모든 스키애호가를 만족시킨다. 넥스투어는 20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매주 목, 일요일 출발하는 2박3일 상품을 36만9,000원(일요일 39만9,000원)에 내놓았다.
혼슈 동북부 후쿠시마도 스키의 천국이다. 특급 호텔인 레서피 리조트에서는 아름다운 이나와시로 호수를 내려다보며 다이나믹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인터내셔날커뮤니케이션(ICC)은 숙박은 물론 렌탈, 리프트권 온천까지 포함하는 3박4일 상품을 59만9,000원에 내놓았다. 23일, 1월 13, 20, 27일 출발기준 선착순 모집. www.japanpr.com (02)737-1122
도쿄에서 신간선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가루이자와 스키장, 소나무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생긴 나무 눈기둥 주호(樹氷)로 유명한 미야기현의 에보시 스키장 등이 이름나있다.
한창만기자
■ 일본 여행 | 마쓰야마 도고 온천
100년도 넘은 꼬마전차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한적한 시골거리를 내달리고, 매시 정각이면 100년전 쓰여진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광장앞 대형시계에서 튀어 나와 춤을 춘다. 100년도 넘은 고풍스런 온천건물 앞에는 잠옷이나 다름없는 유카타를 걸쳐 입은 선남선녀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거리를 활보한다. 마쓰야마(松山) 도고(道後)온천 일대의 풍경이다.
마쓰야마시가 위치한 시코쿠(四國)섬은 일본의 섬 중 4번째 규모. 하지만 국내 여행책자에 조차 제대로 소개되지 않을 만큼 관광지로서의 인지도는 낮다. 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쓰야마시의 인구도 50만 명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매년 500만 명이 넘는 일본인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내국인에게는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별 다른 볼거리가 없어 외국인에게는 생소하기까지 한 마쓰야마에 일본인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2,000여 개의 온천이 있는 일본은 명실상부한 온천의 나라이다. 도고온천은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3,000년 전 다리에 상처를 입은 백로 한 마리가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온천에 발을 담그고 상처가 나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유황성분이 많아 피부병, 습진, 부인병 등에 효험이 있다. 1894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고온천 본관은 공중목욕탕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유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이 건물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일본 근대소설의 창시자이자 대문호인 나쓰메 쇼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1906년작)’의 주무대이기 때문이다. 봇짱은 1894년 한해 동안 마쓰야마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를 지낸 작자가 이 곳에서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성장소설. 쇼세키는 1,000엔짜리 지폐의 모델로 등장할 만큼 존경 받는 문인이며, ‘봇짱’은 일본인이면 누구나 필독해야 하는 국민소설이다.
'다른 곳은 도쿄와 비교할 가치도 없지만, 온천만은 뛰어난 곳이다.(중략) 온천은 3층으로 지은 새 건물로 고급탕은 유카타를 빌려주고 때를 밀어주는데 나는 언제나 고급탕을 이용했다.(후략)>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고 100년 세월을 건너 뛴 낡은 목욕탕이지만 위대한 소설가의 자취를 좇아 해마다 온천 순례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관광객들을 위해 불편한 근대식 건물을 고수하는 주인의 고집도 대단하다. 쇼세키가 즐겨 찾은 3층의 고급탕은 ‘봇짱의 방’으로 변모했다. 쇼세키의 사진도 걸려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온천의 명성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온천장 역시 도고온천에서 모티프를 제공받았다. 영화를 보고 온천에 들면 마치 영화 속으로 빨려 드는 느낌을 받는다고 할 정도이다.
보다 나은 시설을 이용하려면 인근 60여 개의 호텔이나 여관에서 운영하는 온천을 이용하면 된다. 정글온천으로 유명한 오쿠도구온천은 이 지역 온천의 명성을 이어가는 대표적인 곳이다.
온천을 나서도 쇼세키 소설의 향취는 곳곳에서 음미할 수 있다. 쇼세키의 표현처럼 성냥갑처럼 생긴 이 곳의 열차는 일본 최초의 경전철이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온천에 가기 위해 자주 이용했던 교통 수단이다. 1950년대에 사라졌으나 2001년 복구, 봇짱열차라는 이름으로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도 생명을 얻었다. 매일 매시 정각이면 도고온천 지구 앞 광장에 세워진 대형 시계에서 등장인물 인형들이 나와 시간을 알려준다. 교감선생인 빨간 셔츠와 영어선생인 끝물선생이 함께 좋아했던 마돈나를 비롯, 등장인물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와의 기념촬영도 이어진다.
물이 풍부한 만큼 넉넉한 인심도 만날 수 있다. 시계 앞에 세워진 호조엔(放生圓)을 비롯, 호텔이나 여관 앞에 10여 개의 무료 족탕이 마련돼있어 족탕순례(아시유매구리)라는 새로운 풍속도까지 생겨나고 있다.
시간이 멈춘 도시 마쓰야마. 그 곳에서는 산업화에 내몰려 정신적인 황폐함에 찌든 현대인이 잠시나마 순수의 시대로 돌아가고픈 소박한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마쓰야마=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그밖의 유명 온천들
◆ 가루이자와온천
나가노현 남동부지역에 위치한 가루이자와(사진)는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눈이 풍부해 일본의 스위스로 불린다. 이러한 기후조건 때문에 19세기말 일본 최초의 피서지로 개발됐다. 인근에 활화산인 아사마산이 있어 온천도 풍부하다. 기포를 이용한 거품온천, 수압을 이용, 맛사지효과를 극대화하는 ‘우타세유' 등 5가지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핫 플라자 회관의 ‘아사마 온천회관'이 유명하다.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는 ‘도우토우 암 비와노유' 등 공동욕탕도 많다.
◆ 벳푸온천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천지대이다. 벳푸시 전역에 걸쳐 200여개의 업소에서 3,000여개의 욕장을 운영하고 있다. 워낙 수량이 풍부해 지난 해 일본의 온천파동때도 수돗물을 섞지 않는 몇 안되는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땅속에서 수증기, 가스, 열탕, 뜨거운 진흙이 분출되고 있다. 온천의 분출모습이 상상속의 지옥을 연상한다고 해서 붙여진 우미지옥, 야마지옥, 가마도 지옥 등 8지옥이 대표적이다.
◆ 아오모리온천
지난 해 초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린 아오모리는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곳이다. 일본 혼슈(本州)의 최북단에 위치, 적설량이 많아 스키장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각 지역에서 고온의 온천수가 솟아나 스키에 지친 관광객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제격이다. 일본 국민보양온천 제1호로 지정된 스가유온천은 한꺼번에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온천으로 이름나있다. 풍부한 유황성분이 함유된 사루쿠라온천, 400년역사의 아사무시온천 등이 유명하다.
◆ 후쿠시마온천
후쿠시마는 일본에서 3번째로 큰 현. 산과 바다가 접하고 있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데다 질좋은 온천이 130여개나 퍼져있는 온천왕국이기도 하다. 고원에 위치,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아시노마키온천, 바다에 접한 이와키유모토온천 등은 1,000년 역사를 가진 곳.
이와키시의 하와이안리조트는 초대형 돔에 다양한 온천풀장을 갖추고 있다. 요이치노천욕장은 동양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일본의 유서깊은 도시 마쓰야마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매주 수, 금요일 2차례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1시간30분가량. 아시아나항공, 전일본공수, 유나이티드항공 등 스타얼라이언스 3사는 한·일공동방문 캠페인의 하나로 마쓰야마, 다카마츠, 도쿄, 카루이자와, 하코네, 후지산, 요코하마 등 일본의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는 4박5일 상품을 이달 중순부터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마쓰야마에서는 정글온천으로 이름난 오쿠도고호텔에서 숙박하며, 도쿄, 카루이자와, 요코하마는 프린스호텔을 이용한다. 가격은 130만원가량. 모두투어(02-7288-346), 자유여행사(02-3455-0078), SK투어비스(02-2196-4000) 등에서 대행한다. 가격은 130만원 정도.
■ 일본 여행 | 골프천국 규슈
골퍼들에게 겨울은 절망의 계절.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다. 그렇다고 마냥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자니 좀이 쑤신다. 그래서 떠나는 해외 골프여행길. 일본이 한국의 골프광들을 유혹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너무 비싸 엄두도 못냈던 일본의 골프장들이 가격을 매우 낮추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상품과도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게 된 것. 특히 2시간도 채 안걸리는 지리적 이점과, 골프장의 선진 시설이나 고급스런 서비스는 일본이 갖는 장점이다.
일본의 골프장 수는 3,000여개에 달한다. 그 동안의 장기 경기 침체로 상당수가 부도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 회원권 가격도 5분의 1, 10분의 1로 떨어져 있다고 한다. 콧대 높던 일본의 골프장들이 한국 골퍼들에 문을 열게 된 이유다.
일본의 대표적인 겨울 골프지역은 규슈. 최남단이라 따뜻하다. 규슈 중에서도 아래쪽인 미야자키와 가고시마 현은 골프의 천국이다. 태평양 연안으로 야자수 등 남국의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한 곳이다.
가고시마의 이부스키 골프클럽은 매년 11월 카시오월드오픈이 개최되는 명문코스. 총 길이 7,105야드 18홀로 이노우에 세이치가 설계한 이 클럽은 지형의 매력을 살리고 자연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작은 후지산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산 가이몬다케의 기슭에 자리해 태평양을 향한 호쾌한 샷을 구사할 수 있다.
다네가시마 골프클럽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섬의 분위기를 집약해 담고 있다. 총길이 7,024야드로 섬에서 유일한 18홀 코스다. 아름다운 해안의 경치를 배경으로 지형의 변화가 다양하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코스가 한층 재미와 승부욕을 북돋는다.
미야자키 현의 미야자키CC는 해변가에 조성된 클럽. 코스를 둘러싼 소나무와 열대림의 숲으로 경관미와 역사를 자랑하는 규슈를 대표하는 곳이다. 전체적으로 평탄하며 히유가만을 조망하면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미야자키 공항에서 차로 5분거리다.
피닉스CC도 해변을 끼고 있다. 휴가만에 접한 천연 솔숲사이로 27홀이 펼쳐져 있다. 일본의 골프전문지에 5대 골프장으로 항상 랭크되는 명코스로 사이드 벙커가 적지만 페어웨이 중간 중간에 서있는 큰 소나무들이 압박감을 준다.
트래블러 여행사는 미야자키 지역 골프투어로 매주 금요일 출발 2박3일(45홀)과 매주 화요일 출발 3박4일(54홀)을 실속상품 89만 9,000원에서부터 디럭스 상품 129만원까지 내놓고 있다. www.traveler.co.kr (02)6386-2860
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일본 여행 | 라면 박물관
요코하마의 한 주차장 건물을 개조해 1994년 문을 연 라면박물관은 일본의 대표적 먹거리인 라면에 대한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는 이색공간이다.
입구에서 입장권 300엔(한화 3,000원)을 내고 들어가면 라면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정리해놓은 전시관을 만난다. 일본에서 방영된 라면관련 CF를 비롯, 일본에서 판매된 모든 종류의 라면이 진열돼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라면(51m·사진)을 접할 수 있는 가 하면, 일본내 유명 라면집에서 판매중인 접시를 한 데 모아놓기도 했다. 집에서 끓여먹을 수 있도록 포장한 라면을 구입할 수도 있고, 라면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액세서리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라면박물관의 진수는 일본열도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점에서 만들어내는 수준급 솜씨의 라면을 직접 맛볼 수 있다는 것. 음식점 주변에 1950년대 일본거리를 재현한 거리도 독특하다.
부드러운 돼지뼈의 육수와 간장으로 간을 한 '이데 쇼요텐', 고급 토종닭을 재료로 사용, 부드럽고 감칠나는 국물이 일품인 '시나소바야', 진한 국물과 식지않는 국물로 이름이 난 삿포로라면의 대표주자 '스미레', 도쿄라면의 원조인 '하루키야' 등 8개의 음식점은 그야말로 순위를 가리기 어려운 독특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주말이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파가 붐벼 여간한 인내심이 아니고서는 맛조차 볼 수 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라면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면 라면에 얽힌 잘못된 상식 2가지를 자연스럽게 고칠 수 있다. 라면의 원조는 일본이 아닌 중국이며,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서민음식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최하 600엔 정도이며 1,200엔이 넘는 라면도 적지 않다.
요코하마=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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