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승용차를 두고 버스와 도보로 출퇴근을 한다. 얼마 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민중의 삶을 체험하는 체 게바라의 자전적 영화 ‘모토사이클 다이어리’를 보고 감동을 받은 때문이다. 덕분에 주변 난전과 포장마차 등의 풍경을 통해 우리 이웃의 생생한 삶들을 느끼고 있다.그런데 며칠 전 가슴 아픈 광경을 목격했다. 여느 때와 같이 퇴근길을 재촉하는데 몸에 땟국이 흐르는 어린 아이의 어설픈 걸음걸이가 눈에 띄었다. 만 세 살도 채 안돼보이는 아이는 보통은 혼자 집 나설 엄두조차 못 낼 ‘아기’였다.
포장마차에서 동전을 건네고는 풀빵 몇 개를 싸들고 온 길로 돌아가던 아기는 가까이에 있는 핫도그 포장마차 아주머니에게 더듬더듬 말을 걸었다. "아.줌.마…. 집.에. 안. 가.요?"집 나간 엄마가 그리운 때문일까? 아기는 오갈 때마다 그 아주머니에게 자주 말을 한다고 했다. 아기에게 핫도그를 하나 건네자 고맙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뒤뚱뒤뚱 길을 걸어갔다.
근처 동네의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기라고 한다. 부모가 돌보지 않아 반은 버려진 아기였다. 더욱이 중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하고만 있으니 아기의 삶이 얼마나 고달플지 상상이 됐다. 핫도그를 맛있게 먹으며 집으로 향하는 아기를 보면서 아픈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그 어린 나이에….
아기의 형편이 너무나 안쓰러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란 매일 핫도그 하나씩 먹을 수 있게끔 포장마차 아주머니에게 돈 몇 푼 건네는 것뿐이었다. 걸으며 어둑해진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이번 겨울은 제발 저 아기처럼 부모 잃은 아이들이 덜 힘들도록 따뜻하게 해주세요.’
황선주·경북기계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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