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 여기저기 전화를 걸다 보면 "지금은 부재중이오니 용건이 있으면 삐이 소리가 난 다음…" 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처음엔 그것이 익숙하지 않아 아무리 바쁜 전갈이라도 얼른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전화통화를 하는 상대는 없고 기계와 얘기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리고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정말 바쁜 일이면 거기에 책을 읽듯 내가 전할 말을 남기곤 한다.시골에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는 지금도 그 소리가 익숙하지 않아 어마 뜨거라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으신다. 때로는 전화기를 내려놓기 전에 "어머야라, 이게 무슨 소리래" 하는 혼잣말이 들리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전화기를 든 채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고스란히 입력되기도 한다. "아버지요, 야들이 시방 어디로 다 간 모양이래요." "그러면 돌아와서 전화하라고 그래." "사람도 없는데 여기다 대고 어떻게 말해요. 당신이 해봐요." "이봐. 당신이 못하는 걸 낸들 어떻게 하겠는가."
나중에 그 소리를 듣고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라디오 연속극을 하셨다고 말한다. 출연료는 많이 못 드려도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그렇게 하셨으면 좋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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