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겨울이 시작되면 주부의 가장 큰 일은 김장이다. 이제 대부분 김장을 마쳤을 때. 힘들게 가족을 위해 정성으로 김장을 담갔지만 원하는 맛이 아니라면? 새로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고, 담근 김장을 버릴 수도 없다. 겨울 내내 가족으로부터 타박을 들을 것이 아니라 ‘비상 수단’을 써보자. 위니아만도 ‘딤채클럽’의 도움말로 ‘망친 김장 살려내기 비법’을 소개한다.●김치가 많이 짜요
아주 흔한 경우이다. 무를 납작하게 반달 모양으로 썰어서 김치 사이사이에 넣어 며칠 두거나, 쪽파를 한 번 먹을 만큼 몇 대씩 묶어서 김치 사이에 넣으면 짠맛은 덜해지고 맛있는 쪽파김치까지 덤으로 먹을 수 있다. 혹은 찹쌀풀에 설탕을 섞어(찹쌀풀 1컵에 설탕 1~2큰 술 정도) 다시 한 번 김치를 버무리는 방법도 있다.
●반대로 김치가 너무 싱거워요
초보 주부는 소금을 그냥 더 넣는다. 결과는 쓴맛. 김칫국물을 따라내 국간장이나 참치액젓으로 간을 한 다음 다시 김치에 붓는다. 찹쌀풀에 국간장과 고춧가루를 섞어서 반나절 정도 익혔다가 김치를 다시 버무려도 괜찮다. 김치가 많이 싱거울 때는 찹쌀풀 1컵에 국간장 1/3~1/2컵, 고춧가루 2큰술 정도 섞으면 된다.
●얻어온 김치, 젓갈 맛이 너무 강한데
신세대 부부, 특히 맞벌이 부부는 김치를 얻어서 먹는 경우가 많다. 남쪽 지방 사람들이 담근 김장은 당연히 젓갈이 많이 들어간다. 콤콤한 게 거북스러울 때는 냉장고에서 일단 꺼낸다. 실온에서 며칠 익히면 김치가 발효되면서 젓갈 냄새가 어느 정도 날아간다. 아니면 찹쌀풀에 고춧가루와 국간장을 섞어서 김치를 다시 버무릴 수도 있다.
●김치에 쓴맛이 도는데…
쓴맛은 소금의 질이나 염도와 관련이 있다. 소금의 간수가 덜 빠진 상태였다던가 절인 김칫거리를 헹굴 때 소금물을 덜 뺀 경우이다. 김치에 간이 너무 강해서 쓴맛이 나올 수도 있다. 배추나 무를 절일 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배추는 너무 오래 절여도 안 되고 잘 헹구는 것도 중요하다. 흐르는 물에 세 번 정도 헹구는데 줄기 사이사이에 소금기가 남아 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일반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할 경우 김치를 담그는 과정이나 재료에 문제가 없었다면 김치가 덜 익은 상태에서 냉장고에 넣으면 쓴맛이 난다. 실온에서 좀더 익힌 다음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김치에 골마지가 꼈네
김치의 물기가 공기와 접촉하면 곰팡이같이 흰 게 피는 데 그것을 골마지라고 한다. 골마지가 낀 부위를 걷어내고 비닐 주머니에 물을 담아 꼭 묶어서 김치 위에 얹어두면 우거지와 돌멩이 역할을 한꺼번에 해준다. 김치 위에 고춧가루를 뿌려두거나 골마지 낀 부분을 걷어내고 비닐을 덮은 다음 웃소금을 뿌려두는 것도 괜찮다.
동치미는 국물 김치라서 특히 골마지가 잘 끼는데 고운 체에 국물을 한 번 걸러준다. 또 김치를 꺼낼 때 손이나 국자에 물기가 없는지 항상 주의해야 한다.
●국물이 너무 없어요
김치가 익으면서 어느 정도 국물이 생기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김치 국물이 너무 없으면 군내가 나고 김치가 질겨진다. 특히 수분이 적은 무나 총각김치는 거의 우거지 수준이 된다. 이럴 경우 숭늉을 체에 거른 다음 국간장으로 간해서 김치국물에 섞어 다시 김치 위에 붓는다. 오래 보관할 김치면 숭늉 대신 생수를 이용하면 된다.
●아삭한 맛이 없거나 금방 물러요
너무 싱겁게 절이거나 김치가 익은 다음 물기가 들어가면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 벌레 먹은 고추를 골라내지 않고 같이 빻은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갔을 때, 김치를 제대로 헹구지 않았거나 헹군 다음 물기를 충분히 빼지 않았을 때도 그렇다. 인공 감미료나 설탕을 많이 넣은 것일 수도 있다. 설탕 대신 사과나 배를 넣기도 하는데 오래 보관할 김치라면 과일로 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치를 맛있는 상태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요
김치 사이사이에 꽃게나 박하지(민꽃게 또는 돌게라고도 하지요)를 깨끗하게 손질해서 몇 번 두들긴 다음 넣어준다. 달걀 껍질을 넣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껍질에 든 칼슘 성분이 젖산을 중화해 김치가 시는 걸 막아주는 원리다. 달걀 껍질은 뜨거운 물에 끓이거나 깨끗하게 씻어서 거즈에 싸서 넣어두면 김치의 맛도 시원해진다.
김치를 꺼내 먹을 때 손, 특히 물기 묻은 손이 자주 닿으면 김치 맛이 변질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김치를 꺼낸 다음에는 공기가 못 들어가게 꼭꼭 눌러주고 국물도 넉넉하게 하는 게 좋다.
김치냉장고 외에 김치를 보관할 때는 항아리에 김치를 담아 땅에 묻거나 항아리 안에 크기가 작은 김치항아리를 넣고 그 사이에 흙을 채워 넣어 공기를 차단시키는 방법도 있다. 스티로폼 상자에 두꺼운 김장 비닐주머니를 깔고 그 안에 김치를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김치를 보관하는 적당한 온도는?
김치냉장고의 김치 보관온도는 0~-1℃ 사이다. 김장김치가 맛있는 해의 겨울철 땅속 70cm 깊이의 평균온도를 측정한 결과 0~-1℃일 때 김치 맛이 가장 좋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치냉장고가 없는 가정에서는 냉장고의 온도를 0℃로 맞춰 보관하면 3개월 정도 저장이 가능하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김치가 얼어서 오히려 김치 맛이 떨어지고 반대로 온도가 너무 높으면 유산균이 발생시킨 탄산가스의 용해도가 높아져 김치가 시원한 맛을 내기도 전에 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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