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미군 전사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미군의 강력한 진압작전에도 불구하고 저항세력의 공격이 수그러들 기색이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연일 "내년 1월 이라크 총선은 성공할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이라크에 민주화 정권을 수립한 후 명예롭게 철군하겠다는 미국의 장미빛 계획은 점점 이루어지기 힘든 꿈처럼 보인다.◆ 미군전사자 1,000명 돌파 =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이 7일 1,000명을 넘어섰다. 전사자중 대부분은 이라크 종전을 선언한 지난해 5월 1일 이후 저항세력과의 전투에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는 저항세력 거점도시 팔루자에 대한 대공세로 136명이 사망해 월별 최대 전사자 기록을 갈아 치웠다.
앞으로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바그다드 지국장은 "이라크의 정치 경제 안보문제가 불안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 최근 포터 고스 CIA 국장의 고위 보좌관인 마이클 코스티우도 이라크를 방문하고 돌아온 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이라크 방위군 유명무실 = 철군할 경우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라크 방위군이 유명무실한 것도 미국에는 큰 부담이다. 이라크 방위군은 11만 5,000명이나 되지만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독자적인 작전도 수행하지 못하는 오합지졸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중무장한 저항세력에게 납치되거나 습격 당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최근 미군측은 어쩔 수 없이 치안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만 2,000명의 병력을 증파하기로 결정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7일 "이라크 방위군을 더 많이 교육시켜야 한다. 저항세력을 소탕하고 치안유지를 방위군에 넘긴 후에야 미군들은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 1월 총선 가능할까 =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이라크 총선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빅 이벤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누구도 총선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군이 팔루자 등 저항세력 거점지역에서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바그다드 그린 존 등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는 등 이라크 총선을 무산시키기 위한 저항세력의 공격이 확산되고 있다.
또 일부 수니파 정당 등 17개 주요 정당들이 "폭력이 여전한 만큼 총선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실시될 수 없다"며 총선연기를 공식 요구하고 있다. 자칫하면 반쪽 선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라크 임시정부 측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폭력사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선거는 예정대로 1월 30일 실시돼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6일 "미군이 (늦어도) 4년 안에는 철수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혀 사실상 조기 철수의 꿈을 접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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