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컴퓨터(PC)의 원조 기업으로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IBM이 PC 제조업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세계 PC 업계에 재편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IBM은 8일 자사의 PC사업부를 중국 최대의 컴퓨터 전문기업인 렌샹(영어명 레노보)에 12억5,000만 달러(1조3,750억원)를 받고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렌샹은 향후 5년간 IBM의 PC 브랜드 ‘씽크패드’를 사용하는 등 IBM의 기존 사업을 승계하게 되며, 매출 12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3위의 PC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IBM은 매각대금의 절반(6억 달러)을 렌샹 주식으로 받아 2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IBM이 PC 사업을 포기한 것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IBM PC 사업부문은 1999년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가 올들어 1억 달러(1,100억원) 내외의 흑자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샘 팔미사노는 IBM의 체질 개선을 외치며 "더 늦기전에 PC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세계 정보기술(IT) 경기의 불황도 큰 원인이지만, 세계 1위 업체인 델 컴퓨터의 가격 압박이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델은 ‘무재고 원칙’에 따라 제조시설 없이 타사 제조 제품에 자사 상표를 붙여 업계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다.
세계 PC업체는 낮은 채산성에 신음하고 있는데, 지난달말 미국의 시장 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세계 10위권 PC 업체 중 3개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IBM PC 사업부문의 매각을 계기로 미국은 기술 개발과 마케팅, 중국은 부품 생산과 임가공을 담당하는 PC산업의 세계적 분업 체제가 더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도 원천 기술과 디자인이 없으면 중국에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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