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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능은 불변의 常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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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능은 불변의 常數인가

입력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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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부정행위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반응도 ‘내 이럴 줄 알았다’서부터 ‘어찌 그럴 수가’까지 다양하다.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분노의 목소리도 거세다. 그러나 수능시험제도가 드러내 보이고 있는 우리 교육환경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반성은 별로 없다. 몇몇 고교 교사님들의 자괴감을 피력한 글이 소개된 적은 있다. 교육행정당국도 사과 표시를 했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에 대한 사과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데 대한 반성일까? 그래서 앞으로는 시험장에 금속탐지기와 X-레이투시기, 휴대전화 신호교란기를 설치하고, 필요하다면 몸수색과 소지품 수색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말인가.이러한 발상 자체가 얼마나 끔찍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 이해 못하는 인사들이 즐비하다는데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가 있다. 물론 중앙 정부가 모든 것을 주관해 전국적으로 한 날, 한 시에 시험을 치러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맹목적인 요구가 당연한 것이고, 불변의 상수(常數)이므로 나머지 변수(變數)를 이리저리 바꾸어 보는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단정짓는 것은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미리부터 닫는 것이다.

수능시험제도가 왜 있는가, 또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수능제도가 존재하는 근본이유의 하나는 각 고교별 평가를 사회가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평가에 대한 불신은 역설적으로 수능시험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행정당국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수능시험이야말로 수험생의 능력을 수량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각 고교의 교육과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검증 노력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 결과 학교는 ‘내신 부풀리기’를 하고 학생, 학부모, 학교 모두는 오로지 수능 고득점을 교육목표로 삼는 현실을 해괴한 줄 모르고 받아들이는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그로 인해 공교육의 존립이 위협 받기에 이른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교육행정당국은 수능제도를 통해 우리의 중등교육을 획일적, 중앙집중적, 관료주의적 통제 하에 두려는 발상을 포기해야 한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각 고교의 교육환경과 시설에 대한 점검 및 지원, 각 학교의 교육 수준과 평가의 공정성과 적절성 확보, 그에 대한 검증 및 인증 체계 등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하는 일이다. 교육행정당국이 이렇게 각 학교의 교육 수준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공정하고도 적절하게 평가하고, 그에 대한 신뢰성 있는 검증결과를 공개할 경우 더 이상 수능제도는 존재해야 이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각 대학은 지망자의 출신교교가 제공하는 평가를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학부모는 사교육에 투자하는 돈과 노력과 관심을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수준을 감시하고, 그 수준 향상을 위해 쓰게 될 것이다. 수능제도가 있는 한 학부모가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학교교육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수능 고득점을 약속하는 학원가를 기웃거릴 이유만이 있을 뿐이다.

교육 행정 당국이 자신의 역할은 방기한 채, 대입선발방식 결정권을 틀어쥐고 오로지 자신이 주관하는 수능시험결과를 대입선발의 결정적 자료로 쓸 것을 강요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권력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집착에 다름 아니다. 그 동안 우리의 고교는 권한도 없고, 검증도 받지않는 무의미한 존재, 불신 받는 존재로 전락했다. 이 같은 일이 계속 되는 한 우리의 아들 딸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아가며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는 곤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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