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변칙상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7일에도 계속됐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민생법안 65개를 숨가쁘게 심의, 본회의로 넘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보법 논란은 없었다.하지만 법안 심의가 끝나 갈 무렵 여당측은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제출, 국보법 재상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연희 위원장은 오후 7시15분께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자 이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산회를 선포했다. 여당 의원과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국회법을 지키라"며 항의했지만 최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자리를 떴다.
회의장에 남은 여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에 대한 성토로 분을 풀 수 밖에 없었다. 여당 의원들은 "8일 오전 법사위를 소집해 국보법을 상정, 심의하겠다"고 별렀다.
상정에 대한 효력 논란도 계속됐다. 전날 "상정이 됐느냐, 아니냐"는 논란에 이어 이날 "상정으로 인정한다 해도 상정 효력이 지속되느냐, 아니냐"는 2라운드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국회법 78조 ‘미료(未了·완료되지 않은) 안건’이냐, 아니냐 였다. 78조는 "의장(위원장)은 의사일정에 올린 안건에 대해 회의를 열지 못했거나 회의를 마치지 못한 때에는 다시 그 일정을 정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을 두고 해석이 다른 것이다.
우리당은 폐지안이 상정됐고 미료 안건이라는 입장이며 78조의 ‘다시 일정을 정한다’는 내용을 의무 조항으로 해석했다. 다음 회의 때 우선적으로 상정해 제안설명, 대체토론 등의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아예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상정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상정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미료 안건조차 아니라는 것이다. 설사 상정됐다 하더라도 "미료 안건을 다음 회의에서 우선 일정으로 잡아야 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즉 78조 ‘다시 일정을 정한다’는 부분은 의무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 해설집의 해석도 다소 애매하다. 해설집은 "미료 안건은 다음 회의의 의사일정에 기재해 심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반드시 그 순서가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의사일정은 미료 안건에 구속됨 없이 당일의 사정에 따라 정하면 된다"고 해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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