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 <1284> 그리스 왕정 종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 <1284> 그리스 왕정 종식

입력
2004.12.08 00:00
0 0

1974년 12월8일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142년간의 왕정을 종식시키고 공화정을 출범시켰다. 그리스는 바이에른 출신의 오토1세가 왕위에 오르며 독립을 얻은 1832년 이래 단속적인 공화정 선포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왕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시절 배태된 공화파와 왕당파 사이의 갈등은 공화정 출범 뒤에도 완전히 잦아들지 않았다.그리스 공화정은 민주주의 회복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 그리스는 1967년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뒤 국왕 콘스탄티노스2세가 정권 탈환을 꾀하다 실패해 국외로 망명해 있던 터였는데, 1974년 민간정부 출범과 함께 아예 왕정을 폐지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스는 비록 왕정이라고는 하나 유럽의 다른 여러 나라들처럼 입헌군주제였으므로, 왕정 폐지 자체가 그 나라 민주주의의 큰 진전을 의미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군부통치 종식과 왕정 폐지가 맞물림으로써 민주주의와 공화정이 동시에 출발했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그리스에서 왕정 폐지를 처음 발의한 세력이 군사정권이라는 것이 얄궂다. 민주공화정의 두 적이 서로 싸우면서 그리스 정치의 발전에 본의 아니게 이바지한 셈이다.

공화정은 소극적으로 세습군주의 부재를 뜻하지만, 적극적으로는 그 라틴어 어원인 Res publica(公事)가 상징하는 여러 가치들을 품고 있다. 프랑스의 미디어 이론가 레지스 드브레에 따르면 모든 공화정은 민주주의적이지만, 모든 민주주의가 반드시 공화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는 공화주의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드브레가 보기에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는 하나, 공화주의 국가는 아니다. 그의 도식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는 자유, 관용, 법치주의 따위인 반면, 공화주의는 자유와 함께 이성을, 관용과 함께 정치적·사회적 단일성 원리를, 법치주의와 함께 사회정의를 지향한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