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그제 연 이틀 북한이 붕괴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북한 체제의 붕괴를 원치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핵 자위수단 주장이 일리 있다는 지난 달 LA 발언에서 시작된 노 대통령의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용 발언의 완결편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일부 거친 표현이 거슬리기는 하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기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긴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노 대통령이 "북한이 끝내 핵무기를 개발해 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도 일을 장담할 수 없다"며 북측에 경고를 잊지 않은 것에서 그런 맥락을 읽을 수 있다.북한은 노 대통령이 보내는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한다. 말로만 민족 자주를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뜻과 상관 없이 민족의 존망이 걸린 전쟁으로 휘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외교안보라인이 강경파 일색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볼 때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 체제보장과 협상을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북한인권법 제정 등으로 체제를 위협하는 미국에 대해 북한이 강한 불신을 갖는 것은 이해가 가나, 너무 형식과 명분에 집착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한미정상회담의 합의가 빈말이 아니라면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최근 리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의 입국을 거부한 조치는 적절치 않다. 북한은 겉으로 미국을 격렬히 비난하면서도 대미협상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애처로운 몸짓을 보내고 있다. 북미 양자회담을 고집하지는 않는다거나 부시 2기 행정부의 정책수립을 인내심 있게 지켜보겠다는 엊그제 외무성 대변인의 말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핵 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북한의 이 같은 제스처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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