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을 해외 업체에 빼돌리려 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국내 업체에 빼돌리려 한 범죄보다 더 약하다. 첨단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및 유출 시도가 잇따르고 있으나 현행 법은 아직도 이처럼 엉성하다.6일 검찰에 따르면 최근 대만회사에 전직하는 조건으로 6세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부품 제조기술을 빼낸 모 대기업 출신 김모씨에게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에 의해 해외 기술유출 미수(未遂)혐의가 적용됐다.
이 법은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고 제3자에게 누설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김씨의 경우 미수범에 대한 형량 감경으로 법정 형량이 3년 6월 이하로 깎일 수 있다.
반면 같은 법은 국내 기술유출에 대해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취득’이라는 단어가 추가됨으로써 다른 업체에 넘겨주지 않았더라도 기술을 빼낸 행위만으로 ‘기수범(旣遂犯)’이 돼 더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해외에 유출하려 했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처벌이 약해지는 게 현행 법의 맹점"이라며 "해외 유출사범도 기술을 빼낸 단계를 ‘기수’로 간주하도록 조문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 회사가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한 뒤 인수합병이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국내 기업의 유망 기술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다.
현행 대외무역법과 기술개발촉진법에는 전략물자나 전략기술을 수출할 때 산자부 또는 과기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돼 있지만, 외국회사의 국내법인을 통한 거래는 형식상 수출이 아니어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전통적 기술유출 방식인 직원 매수 외에 위장자문, M&A 등 신종 수법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다"며 "국제무역기구(WTO) 체제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기술유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서둘러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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