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왜군에 놀라 임금 선조와 고위 관리들이 평북 의주로 줄행랑쳤을 때 끝까지 진주성을 지켰던 건 민초들이었습니다.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백성들의 애국혼을 오늘에 되살리고 싶었어요."허남오(55·사진) 서울지방병무청장이 임진왜란 3대 승리의 하나인 진주성 대첩을 그린 역사소설 ‘진주성, 용사일기’(지구문화사)를 내놓았다. 소설 ‘단원 김홍도, 환쟁이 새 전설’(2003년) 등을 발표한 바 있는 그가 18년 동안 사료를 모으고 쓰는 데만 4년을 들인 작품이다. 그는 "6만여 명의 선조가 왜적에 맞서 싸우다 스러져 갔건만 후손으로서 아무도 그 비통함을 풀어주지 못해 참으로 안타까웠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작품은 경남 의령 출신 문관 이 노의 ‘용사일기(龍蛇日記)’를 토대로 했다. 용의 해인 임진년(1592년)과 뱀의 해인 계사년에 걸쳐 벌어진 진주성 싸움을 기록한 이 일기는 ‘난중일기’만큼이나 당시의 전황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허 청장은 이를 토대로 김시민 장군 등 유명인사는 물론 진주성 수문장 박세항 등 잊혀진 용사 39명의 공훈을 되살려냈다.
진주성 싸움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1987년 6월 항쟁 때문"이라고 했다. "고향이 경남 진주이기도 하지만 진주서장을 지내던 6월 항쟁 당시 시민들이 역사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역사 발전을 위해 공복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진주성 대첩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김 청장은 77년 행시에 합격하고 서울 동부경찰서장 등을 지냈다.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 민정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서울병무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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