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배후 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추적 작업이 사실상 종료됐다. 미국을 방문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6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이 살아있으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며 수색 작업을 포기했음을 시사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빈 라덴 수색작전에 대한 열기는 이미 식어 버렸다"며 "은신처에 대한 추측도 난무하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실제로 최근 파키스탄군은 빈 라덴이 은신처로 추정되는 파키스탄 국경 산악지역에 대한 작전 규모와 회수를 대폭 줄이는 등 ‘빈 라덴 헌팅’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군은 9·11 이후 지금까지 3년 여동안 미군의 지원 아래 국경 산악지역과 와나베 등 빈 라덴의 주요 은신 후보지를 이 잡듯이 수색해 왔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실상 ‘포기 선언’에 대한 반응은 대략 두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파키스탄군 당국이 정말로 자신들의 작전 지역에 빈 라덴이 숨어있다는 징후가 더 이상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빈 라덴이 이미 이 지역을 빠져나가 이란이나 중국 서부지역으로 피신했다는 소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좀더 설득력이 있는 설명은 빈 라덴의 체포에 부담을 느껴온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작전 종료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 신도인 파키스탄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 테러 전에 ‘올인’함으로써 정치적인 위험과 신변의 위험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빈 라덴 헌팅’작전을 펼치는데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파키스탄측의 태도에 내심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언론들도 최근 파키스탄의 수색작전 축소 등을 물고 늘어지며 미국과의 갈등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로서는 이를 드러내놓고 문제제기도 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빈 라덴 수색작전은 사실상 표류 상태에 접어들게 될 전망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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