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보면 옆집 점순이가 울타리를 엮는 나를 찾아와 이런 쌩이질을 한다. "얘, 너 혼자만 일하니?"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니?" 대답하자 다시 점순이가 놀린다. "너 일하기 좋니?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나는 어릴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우리집 일꾼으로 있던 인수 아저씨가 함께 울타리를 엮던 정경이 떠오른다. 먼저 울타리를 엮었던 나무가 삼사년 지나 비바람에 삭으면 새 울타리를 엮는다.
울을 엮기 며칠 전 인수 아저씨가 팔목 굵기만큼 미추룸하게 자란 신갈나무들을 베어들인다. 나무의 밑동은 일렬로 나란히 땅에 묻고 허리와 어깨 부분을 칡넝쿨로 엮어나간다. 개들이 드나들며 저절로 개구멍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개도 드나들고 닭도 드나들라고 울을 만들면서 미리부터 개구멍을 뚫어놓는다.
그렇게 울을 다 친다고 해서 대문으로만 사람이 드나드는 게 아니다. 마당 바깥에서 마당 안을 얼른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 가림 정도였다. 그게 시내 집들의 벽돌 담장과 다른 점이었다. 도둑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집안이 아늑하라고 치는 울타리였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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