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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 연 '곤충박사' 박규택 교수/ "곤충도 이젠 21세기형 산업 자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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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 연 '곤충박사' 박규택 교수/ "곤충도 이젠 21세기형 산업 자원이죠"

입력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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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 컨테이너 한 박스를 수출했고 대만도 성사단계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판매되는 녀석들은 6㎝쯤 자라면 끝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상품 대접을 받으려면 7㎝ 이상 되는 성체여야 하지요. 잘 키우면 한 마리에 3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체를 보내려고 해도 생물학상 국가간의 수출입은 안됩니다."강원대 생물환경학부 박규택(60) 교수의 왕사슴벌레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는 한국 곤충학의 대가이다. 미발견 곤충 300여 종을 새로 찾아내 직접 학명을 붙인 세계적인 학자다. 세계적인 곤충학 데이터 베이스 ‘동물계 기록(Zoological Record)’에는 나방류 등 그가 30여 년간 발굴해낸 한국 자생 곤충 90여 종과 동남아 서식종 190여 종이 등재돼 있다.

순수 학자인 그가 애완곤충 사육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 "당시 앞으로 10년 후엔 애완곤충 시장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나라도 마니아층이 생기더군요. 이젠 때가 됐다 싶어 나선 것이지요."

그래서 3년 전 제자들과 함께 강원대 농생대 안에 벤처기업 ㈜킨섹트(www.k_insect.com)를 세우고 대표를 맡았다. 곤충 대량 생산 기술을 산업화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먹이 개발이 핵심이었다. 우선 2002년 간 질환에 효험이 크다는 약용 곤충 굼벵이(꽃무지)의 사육법을 개발해 냈다. 이후 장수풍뎅이와 넓적사슴벌레 등 많은 곤충의 먹이를 만들어냈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애완곤충인 왕사슴벌레의 양식사료를 개발하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일본 애완곤충 업체를 찾아다녔지만 누가 노하우를 알려주겠습니까? 사료를 만드는 데만 5년이 걸렸습니다. 왕사슴벌레는 멸종 직전의 보호종이기 때문에 무단 채취는 불법이지요. 그래서 정부에서 연구비를 타냈습니다."

왕사슴벌레는 버섯이 생기기 전에 하얀 형태로 피어나는 균사를 먹고 산다. 박 교수팀은 균사를 가공해 사료로 만들었고 유리관 속에 애벌레만 넣으면 누구나 쉽게 기를 수 있도록 상품화했다. "왕사슴벌레는 곤충 가운데 가장 잘 생기고 멋진 놈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녀석 한 종류만 300억 엔(약 3,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을 정도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알에서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도 있습니다."

울산에서 자랄 때부터 곤충이 좋았던 그는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학교에 남아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 집을 놓아두고 20년 넘게 주말 부부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젠 곤충이 가족이 됐어요. 예전엔 버러지 다룬다고 업신여기기 일쑤였습니다. 지금도 곤충 인공번식보다 훨씬 중요한, 신종 곤충 300여 종 발견에 대해 그 의미를 알아주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자연생태계 전체 생물 중 70%가 곤충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누에와 꿀벌 외에는 키워서 활용할 생각을 못해요. 이제 곤충은 생물자원 보호는 물론 21세기 중요 산업이라는 차원에서 국가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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