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6일 국회 법사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도중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한다고 선언한 뒤 퇴장했으나 한나라당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오후 4시 법사위 회의장 밖 복도엔 개의 1시간 전부터 각 당 사무처 직원 등 300여명이 몰려들어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 최연희 위원장이 3, 4일 회의서 여당이 낸 의사일정 변경동의건을 처리하지 않은 것을 국회법상 위원장 제척(除斥) 사유로 간주, 사회권을 빼앗아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방어에 나선 한나라당 최구식 김재원 곽성문 정문헌 의원 등은 일찌감치 위원장석을 둘러싼 채 개의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회의장 문이 열리며 최재천 강기정 선병렬 의원을 필두로 우리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한나라당 김재원 최구식 의원은 위원장석 탁자에 아예 납작 엎드렸고, 밀고 당기는 위원장석 쟁탈전이 고성과 욕설 속에 벌어졌다.
위원장 의자도 몇 차례나 뒤집혔다. 4시9분. 우리당 의원들이 결사적으로 위원장석에 매달려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끌어 내렸고, 보좌진들로 위원장석을 감쌌다. 위원장석에 선 우리당 최 의원은 "개의를 선언합니다. 국회법 50조5항에 따라 법사위 간사가 회의를 진행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둘, 형법개정안을 상정합니다"라고 선언했다. 최 의원은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 번 내리쳐 개의와 안건상정을 선언했고, 국회법령집으로 다시 세 번을 두드려 산회를 선포했다.
그 순간 "됐어"란 함성과 "이런 쿠데타가 어딨나. 날치기다" 는 고성이 회의장에서 교차했다. 득의만면한 우리당 의원들은 악수를 나누며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우리당 보좌진들은 복도에서 만세를 불렀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이날 운동화를 신고 나타나 몸싸움을 벌였다.
최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이어 기자회견을 갖고 "상정이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7일부터 정상적인 의사일정을 밟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최연희 위원장은 10여분 뒤 회의장에 입장,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한나라당 의원만으로 4시35분에 개의를 선언,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최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성토하자, "무슨 사태가 있었습니까. 아무 일도 없었는데"라며 아예 여당의 상정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어 의원총회를 갖고 이날 상정을 ‘해괴망측한 난동사건’으로 규정하고 법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더 이상 난동사건을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흔들림없이 국보법 저지에 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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