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공동월드컵 때 일본 황족으로는 처음 한국을 공식 방문했던 고(故)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와 부인 히사코(久子) 내외의 한국 방문기가 최근 일본의 동양경제일보사에서 출판됐다.‘다카마도노미야 전하가 본 한국’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국에 머물던 1주일간 고인이 찍은 사진에 히사코가 쓴 기행문을 엮은 것이다.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사촌으로 일본축구협회 명예총재였던 다카마도노미야는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전후해 서울과 경주의 유적지와 부산 자갈치 시장 등을 둘러보며 한국을 체험했다.
"자갈치는 한국어로 ‘자갈’(小石)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한국전쟁 후 자갈투성이 바닷가에 생활력 강한 아주머니들이 시장을 열었다는데, 위풍당당한 지금 아주머니들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한국에는 멋쟁이가 많습니다. 손님 뿐 아니라 시장에서 새벽부터 일하는 여성들도 립스팁을 예쁘게 바릅니다." 이 책이 사진을 곁들여 한국어와 일본어로 나란히 전하는 한국의 시장 풍경이다. 방문국의 사진을 찍어 꼭 전시회를 여는 수준급 사진작가였던 다카마도노미야는 2002년 11월 운동 중 47세의 나이로 급서했다. 한국이 마지막 작품이 됐다.
"지금까지 한일간 50년이 무심히 지나친 50년이었다면 지금부터의 양국은 2002년으로 돌아가 ‘그 때 우리 함께 하지 않았던가. 다시 함께 합시다’고 말하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는 그의 마지막 인터뷰도 책에 들어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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