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 판매)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정대로 내년 4월 시행하되 자동차보험 등 핵심 상품은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6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2단계 방카슈랑스를 예정대로 내년 4월 시행하되 상품범위를 축소키로 의견을 모으고,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내주 중 최종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종 논의 과정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지금까지 2단계 방카슈랑스 제외 대상 1순위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방카슈랑스가 시행될 경우 보험업계의 타격만 커질 것"이라?말했다.
업계간 형평성 보장 차원에서 생명보험 업계의 종신보험 상품 등도 제외 대상으로 적극 검토되고 있다. 이들 상품이 2단계 시행에서 제외될 경우, 2년 뒤인 2007년 3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2년간 시행이 유예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장성보험의 핵심인 자동차보험이나 종신보험이 2단계 방카슈랑스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2단계 시행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점에서 역풍도 거세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핵심 상품을 다 빼고 시행할 거면 굳이 2단계 방카슈랑스를 시행할 의미는 없다"며 "마치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처럼 포장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겠다는 의도이지만,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위 관계자도 "보장성보험을 둘로 쪼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굳이 이렇게까지 해가며 시행 시기를 분리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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