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가 5일 오후 7일째 단식 농성중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을 찾아가 사과했다. 권 의원은 이를 수용해 농성을 풀었지만 최근 크게 나빠진 여권에 대한 민노당의 감정이 다 풀릴지는 미지수다.이 총리는 이날 오후 5시께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장을 방문, 권 의원에게 "경찰이 공무집행 과정에서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결례를 해 사과 드린다. 여러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해 반성한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권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 허성관 행자부 장관의 ‘다이어트’ 발언 등에 대한 정중한 사과인 셈이다. 권 의원은 이에 "총리의 사과를 받아들여 단식농성을 풀겠다"며 "이번 농성은 참여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부가 서민 살림살이를 펴고, 진정한 개혁을 이루도록 하는 강력한 촉구였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이 총리의 사과는 여권의 정국운영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을 달래지 않고서는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 중요 현안을 관철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노당은 권 의원 문제 외에도 ‘이영순 의원 폭행 사건’ ‘천영세 원내대표 차량 수색’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어 이 총리 사과를 계기로 여당에 마음을 열지, 예단은 이르다.
앞서 민노당은 이날 창당 4년 만에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7,000여명이 참석한 첫 대규모 집회인 ‘당원 총진군대회’를 갖고 정부 여당을 비난했다. 여권에 대한 격앙된 비판과 함께 지지부진한 개혁과 ‘민노당 경시’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김혜경 대표는 대회사에서 "정부 여당에게 부족한 것은 국회의원 숫자가 아니라 개혁 의지와 노동자 서민을 향한 올바른 관점"이라며 "정부 여당이 개혁 후퇴를 거듭하고 국민을 기만한다면 우리는 같이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영세 대표는 "최근 정부 여당이 자행한 일련의 행태는 민노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민노당 일각에선 "장외투쟁을 통한 강경 일변도로 간다면 원내 진출 이전과 달라진 것이 뭐가 있나. 원내 중심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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