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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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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소의 꿈

입력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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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1월15일, 박정희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영일만 부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는 발표에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금방 석유가 펑펑 쏟아져 산유국 대열에 들어선 양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시추 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이 너무 기쁜 나머지 원유 한 컵을 그대로 마셨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산유국의 꿈에 젖어 후속 뉴스를 기다리던 국민은 한참 후 "경제성이 없어 시추를 중단했다"는 짤막한 발표를 듣고 맥이 빠졌다.■ 이 해프닝을 두고 온갖 설이 돌았다. 석유가 발견됐으나 상업성이 없어 시추를 중단했다는 설과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무마하려는 조작극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진실은 알 수 없으나 원유 확보를 위한 박 대통령의 열의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1차 오일쇼크 전 사우디아라비아에 밀사를 보내 원유 직도입을 추진하고 오일쇼크 후 한국의 제대군인을 중심으로 인력을 수출하는 대신 원유공급을 보장받는 이른바 ‘안보경협’ 논의 단계까지 갔으나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살되면서 좌초됐다.

■ 울산 앞바다 남동쪽 58km 해상에 위치한 동해-1 가스전이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간 지 5일로 한 달이 되었다. 1964년 국내 대륙붕탐사 개시 이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거둔 첫 상업생산으로, 우리에게 95번째 산유국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석유 또는 가스가 생산되지 않았으나 한국석유공사와 민간 기업들은 80년대 중반부터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참여, 많은 성과를 올렸다. 현재 7개 광구에서 생산을 하고 있고 개발 중인 데가 3곳, 탐사중인 데가 7곳이나 된다.

■ 요즘 세계 석유시장과 자동차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수소의 꿈’ 실현이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자원의 고갈과 함께 점증하는 환경문제가 탈(脫) 석유를 강요, 세계의 유명 자동차회사들이 수소차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이미 상업성을 따지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수소에너지기술개발산업단이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구용 수소충전소를 건설 중인데, 바로 수소차의 상용화에 대비한 것이다. ‘산유국의 꿈’으로 불타는 동해가스전의 불꽃이 ‘수소의 꿈’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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