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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부터 우리시대 샐러리맨까지 억눌린 자들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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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부터 우리시대 샐러리맨까지 억눌린 자들의 몸짓

입력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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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내달리는 샐러리맨 1,000명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전시실 천장에서 푸른 빛을 발산한다.‘샐러리맨 아버지들을 은하수처럼 우러러 보게 만들겠다’던 조각가 구본주(1967~2003)가 못다 이룬 꿈을 동료·후배 작가들이 완성했다. 당초 구본주가 올해 덕원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에 선보일 계획으로 제작에 착수했으나 2개밖에 만들지 못한 미완성 유작이 8~28일 인사아트센터, 사비나미술관, 덕원갤러리에서 열리는 1주기전 ‘구본주, 별이 되다’를 위해 제 모습을 갖췄다.구본주는 지난해 9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서른 여섯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영원히 ‘청년작가’로 남은 그는 나무와 동, 철을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기술력과 탄탄한 사실적 묘사력을 바탕으로 스승인 류 인 이후 형상조각의 차세대주자로 각광 받았다. 홍익대 조소과 출신으로 치열한 운동권 학생이었던 그는 리얼리즘적 시각에서 농민, 노동자, 샐러리맨, 그리고 아버지의 초상을 빚었다. 특히 넥타이와 꾸깃꾸깃한 양복차림의 샐러리맨인 아버지들의 고단한 삶을 길쭉하게 왜곡한 형상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묘사함으로써 소시민의 비애와 현실비판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대중과 정서적 교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또한 치열한 생활인이었기 때문이리라. 대학졸업 후 부모의 도움으로 고향인 경기 포천에 축사를 작업실로 개조해 백수나 마찬가지인 생활을 했다. 그때 주변의 눈치를 덜어볼 생각으로 공모전에 도전해 ‘배 대리의 여백’으로 MBC 한국구상조각대전 대상을 수상(1993년)했지만, 결혼 후에는 작품을 미루고 미대 입시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다. 그는 작업실에 ‘조각은 생활의 연속일 뿐이에요’라고 쓴 팻말을 걸어놓았다.

1주기 추모전은 대표작은 물론 대학시절의 초기 작품부터 유작까지 90여 점을 세 곳에서 나눠 소개한다. 대표작으로 구성된 인사아트센터(02-720-1020)에서는 스무 살에 습작을 시작해 8년 만에 높이 2.9m 대작을 완성한 ‘갑오농민전쟁’이 압권. 머리 위로 죽창을 움켜쥐고 앞으로 돌진하는 인물의 역동적 표현만으로도 보는 이의 가슴이 묵직해지는데, 작가는 "어려운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충실할 수 있는지를 그같은 혁파의 정신에서 추출해보고자 했다"는 설명을 보탰다. 담배를 든 채로 벽에 기대어 가는 오줌을 누는 듯한 민머리 아버지, 또는 힘없이 고개를 숙인 아버지 등으로 묘사한 ‘아빠의 청춘’ 연작과 ‘배 대리의 여백’ 등 40여점도 나온다.

사비나미술관(02-736-4371)은 작가의 대학시절부터 작품세계를 총망라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는 단도를 쥔 억센 팔뚝을 내밀고 있는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와 샐러리맨의 눈칫밥 인생을 사팔뜨기 두상으로 형상화한 ‘눈칫밥 30년’, 사후에 동료들이 제작한 작가의 데드마스크 등을 전시하고 2층에는 노동자의 투쟁을 형상화한 ‘파업’연작, 지하 1층에는 초기 작업들을 모았다.

덕원갤러리(02-723-7771)는 폴리코트와 형광안료를 사용해 손바닥만한 크기로, 동료작가들이 완성한 샐러리맨 1,000개를 ‘별이 되다’란 이름으로 천장에 매달았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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