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의 최강자인 PEF가 뜬다."6일부터 사모(私募)투자전문회사(PEF) 도입을 위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돼 첫 PEF가 이르면 이달말 첫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국계 자본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국내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토종자본의 본격적 진출이 이뤄지게 된다.
PEF는 특정 기업의 지분을 10% 인수한 후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회사로 월스트리트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곤경에 빠진 기업을 집어삼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사냥꾼’으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은 방만한 경영을 막아 기업효율을 높여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PEF가 활성화하면 현재 400조원으로 추산되는 부동자금의 상당부분이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생산적인 곳에 투자돼 기업가치와 주식시장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자금의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PEF 도입을 허용한 것은 복잡한 법규 때문에 국내 자본이 창업투자회사,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사모M&A펀드 등으로 쪼개져 활동제약을 받는 동안 외국자본이 국내 M&A시장을 독식해 온 것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에 따라 PEF는 투자대상이 부실기업에 한정돼 있는 기존 CRC와 달리 투자대상의 제한이 없다. 또 M&A펀드와 달리 차입도 자유롭고,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도 벌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추진중인 PEF 규모가 2조원을 넘고 1~2년 안에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펀드가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수익(미국 등 연 20~30% 수익률)이 기대되는 반면 투자기간이 평균 3~7년에 달하는 ‘장기, 고위험 투자’여서 기관 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규정상 출자규모가 개인 20억원, 법인 50억 이상인 점도 부담이다. 20억원 미만의 개인투자자는 PEF에 투자하는 공모(公募)펀드인 ‘펀드오브펀드’를 통해 간접투자가 가능하다. ‘공모펀드는 사모펀드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다’는 법조항을 감안하면 ‘펀드오브펀드’는 최소 500억원 이상 규모이어야 한다. 결국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초기 PEF가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인가가 PEF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내년께 PEF 활동이 본격화하면, 200억~300억원으로 지분 10% 이상 인수가 가능한 우량 중·소형주가 각광을 받으며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지분율이 높고 매각 가능성이 있는 우리금융, 대우인터내셔널 등 대기업도 PEF의 타깃이 될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 지분율이 높아진 기업들과 관리종목 등도 PEF 출범에 따른 M&A테마 종목에 포함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