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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드릴 말씀은 다름이 아니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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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드릴 말씀은 다름이 아니오라

입력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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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객지에 나가 공부하는 아들이 부모님께 편지로 생활비 송금을 요청하지 않는다. 서울에 올라와 공부를 하는 조카들을 봐도 집에 편지 한 통 쓰지 않는다.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전화를 한다. 그러면 아버지가 통장에 필요한 만큼의 돈을 넣고, 아이는 카드로 그것을 찾는다.물론 우리 때에도 전화로 하숙비와 용돈을 보내달라고 말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일부였다. 대부분의 시골학생들은 한 달에 한번씩 안부편지 겸 생활비 송금요청 편지를 썼다. ‘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모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고 안부를 전한 다음 본론으로 들어가 ‘드릴 말씀은 다름이 아니오라’ 하숙비 송금요청을 했던 것이다.

‘다름이 아니오라’의 편지를 쓸 때마다 부모님께 여간 송구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는 ‘다름이 아니오라’의 본론을 말하지 못하고 그냥 안부 편지만 보낸 다음 일주일 후 다시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송금을 요청하는 ‘드릴 말씀은 다름이 아니오라’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돌아보니 내가 돈을 벌면서 부모님께 편지 한 통 쓰지 않는 불효를 저지르며 살아온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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