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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명품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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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명품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입력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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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명품은 삶을 더 가치 있고 행복한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프랑스 브랜드 세린느의 장 마크 루비에 사장은 지난 1일 종로타워 탑클라우드에서 열린 풀보백 자선경매행사에 무척 고무된 표정이었습니다.

풀보 자선행사는 무지상태의 풀보백 12점에 황신혜 최명길 채시라 윤석화 진태옥 등 유명인사들이 그들의 자녀와 함께 그림을 그린 뒤 이를 경매,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에 기부하는 것이었습니다. 경매는 스타들이 만든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희소성에 자선행사라는 의미가 더해져 한층 열기를 띠었지요. 진태옥씨의 풀보백은 50만원에서 시작한 경매가가 무려 300만원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고 꽃장식이 화려한 황신혜씨의 풀보백도 100만원이 넘는 고가에 낙찰됐습니다. "더도 말고 백 하나당 80만원에만 팔렸으면 좋겠다"며 노심초사하던 세린느 홍보담당자의 얼굴에 희색이 돌 무렵엔 당초 1,000만원을 기대했던 수익금이 순식간에 1,500만원이라는 거금이 됐으니 기쁠 밖에요.

이날 경매를 통해 모아진 기금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현실화함으로써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북돋는 자선단체 한국메이크어위시(Make A Wish·이사장 황우진)에 전액 기부될 예정입니다. 1,500만원이면 5명의 어린이들에게 소원성취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하는군요.

1년이면 365일 자기 앞가림에만 바빴던 사람도 연말연시엔 한번쯤 주위의 그늘진 곳을 살펴보게 됩니다. 명품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어서 얼마전엔 이탈리아 피혁브랜드 토즈가 자선행사를 가진 데 이어 세린느가 풀보백 경매를 통해 한국진출 15년만에 처음 자선행사에 나섰습니다. 참 고마운 행사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자선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더군요.

기업의 제 1 목적이 영리추구인데 굳이 명품브랜드라고 사회공익행사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루비에 사장이 지적했듯,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명품일진대 수준높은 소비자라면 이제 명품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따져볼 때도 된 것 아니냐 싶은거죠.

한국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품 소비시장이 된 지는 오래이지만 국내서 지속적인 사회공익성 사업을 하는 곳은 미술가들을 지원하는 에르메스와 유방암예방사업을 하는 에스티 로더, 여성생명공학자를 후원하는 헬레나루빈스타인 등 세 곳 뿐입니다. 명품을 명품답게 만드는 데는 소비자의 엄정한 가치평가도 한 몫 한다는 것, 이젠 보여줄 때도 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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