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활력이 넘쳐야 할 연말연시가 극도의 음울에 빠졌다. 아무리 태양이 쨍쨍해도 그늘이 있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그 그늘이 넓고 짙어 보인다. 끝 모르게 이어지는 경기침체로 실직자는 물론, 직장 한번 구경 못한 젊은이가 넘치고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정말 못살겠다’는 아우성을 외면한 채 정쟁에 매달린 정치권은 국민들을 더욱 절망케 한다.구세군의 자선냄비가 거리에 나타나는 이맘때면 언론사와 사회단체 등 곳곳에서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이 벌어져 소외된 이웃을 위한 온정이 모여 사회를 훈훈하게 데우는데, 올해는 경기 탓인지 온정의 손길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남 모르게 불우이웃을 위해 희사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온정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하다.
넘치고 남아야만 이웃을 돕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겐 원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고 이 본성을 따를 때 베푸는 사람이나 베풂을 받는 사람 모두가 기쁨을 맛보게 된다. 모닥불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은 불쏘시개들이 모여 불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결코 여유롭지 않으면서도 거금을 쾌척하는 익명의 기부자들은 모닥불의 불꽃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대기업들이 앞장서 성금을 기탁하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은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올해처럼 살기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은 때일수록 기업이나 큰 단체가 나서는 것은 사회통합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이윤추구가 기업의 속성이지만 사회공익적 역할도 엄연히 존재한다. 기업을 키워준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이 사회의 한 구석이 그늘져 있다면 기업이 나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가진 사람이나 못 가진 사람, 잘 되는 기업이나 어려운 기업 가림 없이 내 몫을 줄여 이웃에게 베푸는 기부와 자선의 문화가 뿌리 내리기에는 박토가 더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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