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대주주인 외국계 펀드가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인수·합병(M&A) 지원의사를 밝힌 뒤 이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막대한 양의 주식이 시장에 갑자기 쏟아져 나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삼성물산의 3대주주(지분 5.0%)인 영국계 헤르메스자산운용이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인수·합병(M&A) 지원의사를 밝힌 뒤 이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이틀 만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양의 주식을 갑자기 처분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삼성물산 보통주 주가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 6.84%나 떨어진 1만4,3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하루 동안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물량은 무려 1,227억원 어치(841만3,000주)이다.
삼성물산 주식은 지난달 24일 이후 연속 상승했으며, 특히 헤르메스의 주요 간부가 국내 유력 일간지와 단독 인터뷰한 내용이 보도된 1일 우선주는 상한가를 쳤고 보통주도 3.59% 올랐다. 헤르메스 간부는 인터뷰에서 "현 경영진이 대주주 일가나 삼성그룹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등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M&A를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소버린 사태 이후 그룹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의 주가는 M&A설만 나오면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3일의 경우처럼 800만주 이상의 지분을 한꺼번에 처분할 수 있는 외국계 펀드는 헤르메스와 2대주주 플래티넘자산운용(5.65%), 4대주주인 베일리키포드(4.99%) 정도"라며 "9월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들이 매도한 1,069만주와 이날 매도 규모(841만3,000주)를 합쳐 보면 외국계 펀드가 상당수 손을 털고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11월 9,000원대에 삼성물산 주식 400만주를 매입하고, 올해 1월말과 3월초 1만2,000원대에 추가 매입하는 등 투자규모가 770만주에 달한다. 만약 이번에 모두 처분했다고 가정하면 1년 만에 약 35%의 수익률과 320억원의 차익을 올린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일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줄이는 공정거래법이 통과됐다면 M&A 테마를 더욱 부추길 수 있었는데, 이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돼 차익 실현 동기가 커졌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 큰손이 헤르메스펀드로 확인되더라도 특별한 주의조치를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김성수 증권시장감독실장은 "증권거래법은 부당이득을 얻기 위해 고의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만약 양쪽을 모두 입증할 수 있다면 징계조치가 가능하겠지만, 사전부터 그런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고 당사자가 부인할 경우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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