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지겨워 아버지를 버리고 새 살림을 차린 어머니. 새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구박과 업보처럼 안겨진 이복동생들. 그리곤 고아 아닌 고아의 삶이 이어진다.하지만 모진 시련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꿋꿋이 자라나는 몽실이의 모습은 불과 50여년 전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1984년 나온 권정생의 동화 ‘몽실 언니’는 많은 이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아로새기며 50만 부가 팔리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80년대에는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몽실 언니’가 4일부터 정동극장 무대에서 가족극의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다시 선다.
창작 뮤지컬 ‘블루 사이공’과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대표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악사들이 직접 연주하는 ‘반달’ ‘따오기’ 등의 동요가 애상을 자아내는 장면과 어우러져 아련한 추억 속으로 객석을 이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아역 배우들의 깜찍한 연기와 초롱초롱한 눈빛은 팍팍한 현실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의 따스한 눈길이 스민 사진들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장식한다.
김정숙 대표는"재미나고 화려한 연말 공연도 좋지만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 손잡고 볼 수 있는 가족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몽실 언니’를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며 "요즘 모두 힘들어 하는데, 더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무대로 꾸미겠다는 얘기다. 김대표는 ‘몽실 언니’를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겨울 레퍼토리로 삼을 예정이다. 31일까지. (02)751-1500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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