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우선주 주가가 ‘제2의 SK사태’ 기대감에 2일째 급등했다.삼성물산 우선주 주가는 2일 외국인 대주주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전일 상한가에 이어 다시 11.8% 급등하며 1만원 선을 넘어섰다. 자사주 매입 발표에도 이틀간 고작 1% 상승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하지만 지배권 다툼이 벌어지면 매집 대상이 돼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 보통주는 정작 전일 소폭 오른 후 이날은 3.15% 하락 마감했다.
삼성물산의 3대주주인 헤르메스펀드(지분 5% 보유)는 최근 우선주가 불필요한 자본지출을 유발해 주주가치를 손상시킨다며 100% 소각을 요구했다. 상장된 삼성물산 우선주는 465만주 가량으로, 1억5,000만주가 넘는 보통주에 비해 미미한 물량이다. 외국계 펀드의 이 같은 압력으로 삼성물산 우선주는 최근 7일간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측은 일단 외국계 펀드의 우선주 소각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지분경쟁에 대한 기대감 탓에 이 같은 요구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에버랜드에 이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축 중 하나인 삼성물산에 대해 지배구조개선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등 물산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분을 처분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헤르메스펀드는 인수·합병(M&A)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아니라 이른바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로 알려져 있어, 이들의 요구가 단순한 엄포용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삼성 계열사들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과 자사주 추가 취득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연구 연구원은 "1일의 자사주 매입결정은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권 방어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것으로, 앞으로도 지분 확대를 위한 추가 조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헤르메스를 포함한 3개 외국계 펀드가 소유한 삼성물산 주식은 삼성그룹이 보유한 우호지분을 웃도는 15% 이상이다. 그 만큼 삼성물산의 경영권은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제2의 SK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정연구원은 "헤르메스가 혼자 힘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지분을 확보하기는 어렵고,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실제 경영권 확보에 뜻이 있다기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린 언론플레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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