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충북 청주에서 검거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자가 당초 경찰의 휴대폰 메시지 수사에 꼬리를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수사망에서 제외되는 등 수능 부정 수사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청주 동부경찰서는 입시학원에 다니던 삼수생 이모(20)씨가 시험장에서 답안을 휴대폰 숫자메시지로 학원장 배모(29)씨에게 보내고 이를 학원장이 다른 학원생들에게 전송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씨와 배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당초 이동통신사로부터 숫자로 이뤄진 수능 당일의 메시지 26만건을 넘겨받았는데 이씨가 배씨 휴대폰으로 전송한 숫자메시지는 물론, 배씨가 인터넷사이트를 이용해 학원생들의 휴대폰으로 재전송한 숫자메시지는 이 안에 들어 있었다. 이통사 관계자는 "경찰에 넘긴 자료에는 휴대폰에서 휴대폰으로 전송한 경우(폰투폰·Phone to Phone)와 인터넷으로 휴대폰에 전송한 경우(웹투폰·Web to Phone)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를 대상으로 수능 답안과 유사한 메시지를 1차로 6,200여건, 2차로 580여건을 가려냈는데 2차 과정에서 배씨가 웹투폰으로 재전송한 메시지와 이씨가 보낸 메시지 모두 부정행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외되고 말았다.
이는 경찰이 수사 초기 웹투폰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폰투폰 방식만을 염두에 두고 검색을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보낸 메시지의 경우에는 SK텔레콤을 이용했기 때문에 메시지 숫자가 6자리밖에 남아있지 않은 데다 전송이 한 차례에 불과해 증거로는 불충분했다"고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제보가 없었다면 청주의 부정행위는 밝혀지지 않을 뻔했던 것이다. 수사 허점에 대한 논란이 일자 경찰은 이날 "문제가 된 웹투폰 방식과 SK텔레콤 메시지를 추가로 밝혀내기 위해 1차로 걸러졌던 6,200여건에 대해 철저히 재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이 1일 신청한 3개 이통사의 ‘문자+숫자’메시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를 지시, 제동이 걸린 것도 경찰 수사의 난맥상을 보여준다. 검찰은 재수사를 요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고 밝혔다.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자메시지 수사는 가능한 구체적으로 그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결국 경찰은 2일 수능 각 영역의 시험시간을 고려해 시간대별로 압수 대상 단어를 특정한 뒤 다시 영장을 신청해 이날밤 늦게 발부받았다. 입시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가뜩이나 수사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소중한 시간만 허비한 셈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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