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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있는 주말-맛있는 겨울바다 소문난 먹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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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있는 주말-맛있는 겨울바다 소문난 먹거리들

입력
200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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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에 몸을 녹였다면 다음은 뱃속을 녹일 차례이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가’는 여행 성패의 50%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기왕이면 여행지의 대표적인 먹거리를 찾아보자. 찬바람이 부는 겨울 바다이지만 입에 쩍쩍 붙는 진미를 쏟아내는 기능에는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의 서해안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며 겨울바다의 먹거리를 찾는다.

● 서해안

▲ 바지락 칼국수ㆍ죽

/ 인천, 경기 화성시, 충남 태안군, 홍성군 일대

바지락은 가장 흔한 조개다. 갯벌을 걸으면 발에 조개가 밟혀 ‘바지락 바지락’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천으로 널린 조개라는 의미이다. 흔하지만 영양적 가치는 만만치 않다. 육질에 타우린이 함유되어 있다. 타우린은 간의 해독기능에 도움을 주는 물질. 술 마신 뒷날의 해장용으로 좋다.

우리의 서해안 어디에서나 바지락 칼국수와 죽을 만들어 판다. 특히 제부도, 대부도, 용유도, 선재도 등 수도권의 인기 섬 여행지에는 한집 걸러 한집 꼴이다. 각 식당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어마어마한 양(量)이다. 혼자 먹는 경우 거의 바가지만한 그릇에 국수가 나온다. 여럿이 먹을 때에는 세숫대야 만한 그릇에 담겨 나온다.

바지락 국물의 맛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향도 강하지 않고 그저 먹기에 편안할 정도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 것 같다. 과자를 먹을 때 자신도 모르게 계속 손이 가는 식이다. 계속 국자를 든다. 그릇이 반쯤 빌 무렵 이마에 땀이 솟는다. 그 때부터는 배로 먹지 않는다. 뜨거운 몸의 열기가 계속 그릇을 비우게 만든다.

▲ 백합탕ㆍ죽

/전북 부안군, 김제시 일대

백합(白蛤)은 속살이 흰 조개이다. 흰 속살은 갓난 아이의 살처럼 부드럽다. 부드러운 살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상대적으로 껍데기는 단단하고 두껍다. 향기와 맛과 육질에서 으뜸이다. 예로부터 임금님께 바쳐지던 진상품이었다. 단연 조개의 귀족이다.

다른 조개와 마찬가지로 백합은 천연 건강식품이다.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타우린이 많고 한의학적으로 음기를 보충하고 혈액의 생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합의 요리방법은 탕과 죽이다. 탕의 맛은 매운 고추의 향기가 지배한다. 색깔이 없는 맑은 국물이지만 마시면서 땀을 흘린다. 해장용으로 확실한 선택이다. 죽의 맛은 은근하다. 숫가락을 잠시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유혹적인 맛이다.

백합은 내해의 조간대부터 수심 20㎙ 이하의 모래나 뻘에 산다. 가장 훌륭한 서식환경을 가진 곳이 전북 부안군의 변산반도 인근이다. 특히 계화도의 백합을 최고로 친다. 새만금 간척지가 완성되면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조개이기도 하다.

▲ 풍천장어

/ 전북 고창군, 영광군 일대

풍천장어를 대하는 사람들은 흔히 ‘풍천이라는 곳이 어디지?’라고 생각한다. ‘수원갈비’, ‘이동갈비’와 같이 지명을 딴 이름의 음식이라고 여긴다. ‘풍천’은 고유명사가 아니다. 바다의 밀물이 밀려오면 바람이 함께 분다.

간만의 차가 많은 서ㆍ남해로 빠지는 강은 이런 바람을 맞는데 이을 일컬어 풍천이라고 한다. 풍천장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수시로 교차하는 곳에 사는 민물장어를 의미한다. 간만의 차를 따라 이동하느라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육질이 쫀득하고 맛이 고소하다.

고창군 선운사 일대에 풍천장어집이 밀집해 있다. 요즘은 수요가 많고 자연산이 적어 대부분 양식 장어들이 재료로 쓰인다. 조리법이 여러 가지 있지만 소금간만 하고 숯불에 구운 ‘풍천장어 소금구이’를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이다. 가끔 잡히는 자연산 장어가 있지만 비싸다. 부르는 게 값이다.

● 남해안

▲ 재첩국/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군, 마산시, 창원시 일대

재첩국은 섬진강의 하얀 모래가 제공하는 국물이다. 아직도 한 그릇에 3,000~4,000원. 값과 마찬가지로 결코 화려한 음식이 아니다. 재첩과 소금과 물, 그리고 살짝 띄우는 부추가 재료의 전부이다. 그러나 맛은 간단치 않다. 담백하면서 느끼하고, 달면서 씁쓸하다.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서 자라는 작은 조개이다. 큰 것은 엄지손톱, 작은 것은 팥알만하다. 바다의 염분이 녹아있는 동해안 석호에도 있다. 풍부한 영양에 약으로서의 효과도 지니고 있다. 인체에 도움이 되는 아미노산의 비율을 수치화한 ‘프로테인 스코어’가 100이다. 완벽하게 인체에 이롭다. 타우린도 들어있다. 해장국으로 좋다는 이야기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 복국

/ 부산, 경남 마산시 일대

경남 남해안 지역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부산 해운대 일원을 으뜸으로 친다. 매운 양념을 넣지 않은 허연 국물이다. 복어와 미나리, 콩나물이 주 재료이다.

육수는 복어의 머리를 푹 고아 미리 만든다. 뚝배기에 육수를 붓고 복어살과 콩나물을 넣어 끓이다가 거품이 오르면 미나리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식당에 따라 조선간장에 절인 파 양념을 내기도 한다. 손님 상에 내는 순간이 중요하다. 펄펄 끓는 상태로 상에 올라야 한다. 복국집 종업원들은 그 뜨거운 뚝배기를 들고 거의 뛰다시피 한다. 조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스를 친다. 식초이다. 식초는 국물의 시원함을 더 해준다.

식초를 치고 잘 젓는다. 먼저 살과 미나리, 콩나물을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세 가지의 양을 적절하게 섞어 먹으면 씹는 맛과 더불어 더욱 조화롭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은 복국의 맛을 잘 모른다. 시시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복국은 맛이 아니라 시원함을 마시는 국물이다. 모든 재료가 시원한 맛을 내는 것들의 조합이다. 뜨거울수록 시원한 우리 국물의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 동해안

▲ 대게

/ 경북 포항시, 영덕군, 울진군 일대

과거에는 흔한 게였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무척 좋아하면서 값이 올랐다. 해방 후에도 일본으로 수출만 됐지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의 차지가 아니었다. 소득이 늘면서 국내 수요가 급증하더니, 이제는 일본과 북한, 러시아로부터 수입까지 하게 됐다.

대게의 대표적인 요리법은 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맛있는 조리법이다. 뒤집어서 찐다. 게의 진국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찌는 물에 숯을 섞으면 잡냄새가 없어지고 은은한 향이 난다.

대게의 진수는 ‘장(내장’이다. 녹색으로 익어있는 장을 처음 보는 이들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용기를 내서 일단 먹어보자. ‘동해의 바닷냄새가 이런 것이구나’ 라고 느낀다. 영덕의 강구항 등에 대게집이 밀집해 있다. 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 과메기

/ 경북 포항시, 영덕군, 울진군 일대

과메기란 원래 꽁치나 청어 등 등푸른 생선의 눈(目)을 꿰어(貫) 말리던 이 지역 특유의 건조방법을 일컫는 ‘관목’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문헌에 두루 나올 정도이니 수백년 이상 이어져온 비법인 셈이다.

다만 재료로 1960년대까지는 청어를 사용했으나 요즘은 잘 잡히지 않는데다 건조기간이 오래 걸려 지금은 100%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사리나무에 꽁치의 눈을 꿴 뒤 처마밑에서 연기에 그을리며 건떳?시켰다. 지금은 과메기 덕장에서 짚으로 배부분을 묶은 뒤 나무기둥에 널어 건조시킨다. 건조기간은 보름 정도 걸린다. 날이 춥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건조기간이 5일 가량 짧아진다.

수백년 전통의 과메기지만 전국에서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4~5년 정도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메기의 영양이 웬만한 영양식 못지 않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과메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

실제로 과메기의 영양분석표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등푸른 생선인 꽁치에는 고도불포화지방인 EPA와 DHA는 혈압저하 및 혈액중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심근경색 및 뇌근색 방지 등 성인병예방에 효과가 있다. 특히 꽁치를 과메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DHA 함량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숙취해독이 효험이 있는 아스파라긴산,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레오닌과 리진,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수적인 알기닌과 메치오닌도 다른 식품에 비해 ?유량이 풍부하다. 이밖에 피부노화나 체력저하 등을 막아주는 핵산과 무기질, 비타민 P, B12, A 등이 다량 포함돼있다.

▲ 황태

/강원 강릉시, 양양군, 속초시, 고성군

황태는 매서운 겨울철 눈보라와 청정한 봄바람속에서 말리는 명태를 말한다. 겨울밤이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에 명태는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낮에는 따스한 햇볕에 녹는다. 이렇게 얼다 녹다를 반복하면서 황태가 탄생한다. 서너달을 계속 하면 속살이 노랗게 변해 황태라는 이름을 얻는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황태덕장마을은 대관령 서쪽편, 용평스키장 입구인 횡계리의 송천 주변이다. 진부령 아래 용대리보다도 먼저 이곳에 황태 덕장이 들어섰으니 황태마을의 원조인 셈이다.

용평스키장 초입에 있는 횡계 황태덕장은 겨울철이면 100만 마리의 황태를 널어 말린다. 개천을 따라 펼쳐진 너른 구릉지대가 온통 황태밭으로 변한다.

황태를 만들다가 잘못 된 것들의 이름이 꽤나 재미있다. 날이 추워서 하얗게 된 것은 백태, 날이 따뜻해서 검게 된 것은 먹태, 몸통이 잘린 것은 파태, 머리가 없어진 것은 무두태라고 한다.

이 가운데 파태나 무두태는 잘게 찢겨져 황태채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구이, 찜, 국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다. 구수하고 시원한 강원도 맛이다.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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