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지면에 중학교 때 친구 집에 가서 처음 본 ‘선데이 서울’에 대해서 말했다. 그래서 친구집에 가서 친구하고 놀지 않고 ‘선데이 서울’하고만 놀았는데, 그것이 사춘기로 접어드는 한 소년의 몸과 마음을 데워주었다.그 비슷한 시기에 대관령 산골 소년에게 그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그만큼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 또 하나의 책이 있었다. 지금 관동대에 계시는 엄창섭 선생님이 그때 우리 국어 선생님이셨다. 그 무렵 막 등단하신 젊은 시인이기도 하셨던 선생님 책상에 가면 지금 한자 제호 그대로의 ‘현대문학’이 교무수첩 아래에 놓여 있었다.
나는 시인인 우리 선생님이 좋았고, 선생님께서 보시는 ‘현대문학’이 이다음 나도 꼭 보아야만 할 내 인생의 또 하나의 책처럼 여겨졌다. 내가 책을 만지작거리자 시인 선생님은 어린 제자에게도 꼭 경어를 써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순원이도 이 책 보고 싶어요?”
어쩌면 내 문학의 길은 그때 이미 정해진 것인지 모른다. 나중에 내가 현대문학상을 받게 되었을 때도 선생님께 처음 전화를 드렸다. 그 현대문학이 지령 600호를 맞이했다. 축하해요, 현대문학. 그리고 언제나 고맙습니다, 우리 선생님.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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