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순백의 세상이 펼쳐지는 눈꽃여행, 설원을 질주하는 스키여행,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기 위한 일몰, 일출여행 등 내용은 다르지만 뚜렷한 테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겨울바다가 더해진다. 한 여름 인파에 시달리다 이제야 겨우 한숨 돌리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바다는 겨울여행의 또 다른 테마이다.
한 때 겨울바다하면 청승맞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인과 함께하기보다는 실연의 아픔을 삭이기 위해 훌쩍 떠나 도착한 곳이 겨울바다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이상한 논리와 함께 혼자서 찾은 곳이기도 했다. 그렇게 떠난 사람들이 겨울바다에서 한없는 쓸쓸함에 빠져 보던 곳이었다.
지금은 변했다. 황량한 겨울바다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여름까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인파가 붐빈다. 이름난 바다일수록 그렇다. 겨울바다는 이제 더 이상 외로움과 쓸쓸함의 대명사가 아니다.
생기있고 활기찬 삶의 현장이다. 좋지 않은 기억을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추억만을 가슴 한가득 품고 돌아오는 건강한 바다로 변하고 있다. 한 여름 해변에서는 보기 어려운 갈매기도 나그네의 방문을 반긴다. 겨울바다를 더욱 운치있게 만드는 배경이다. 무수한 겨울바다 여행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
겨울바다가 가까워지고 있다. 고속도로가 그 중심에 있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이 확장되면서 한번 가까워지더니 이제 동해고속도로 강릉-동해구간이 확장개통됐다.
수도권에서 웬만한 강원권 바다는 3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다. 가장 멀게 느껴졌던 경북 울진과 영덕도 이 덕에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대구-포항고속도로도 내주 중에 개통할 예정이다.
동해바다가 멀다면 서해가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있는 동해안이 겨울바다에 제격이기는 하지만 급격한 조수간만의 차로 하루에 두 번 장엄한 드라마를 연출하는 서해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서해안고속도로는 서해바다의 숨은 매력을 일깨워준 주인공이다. 웬만한 톨게이트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에서 바다와 만날 수 있다.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바람을 막아줄 두터운 외투, 그리고 함께 할 누군가가 준비됐다면 이제 바다로 나설 차례이다. 혼자이면 어떠랴. 넓은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바다가 기다리쨉ⅰ?
글ㆍ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위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중략)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너는 물어오겠지
아니, 몸에다 마음을 비벼 넣어 섞는 그런 것을
꼭 누가 시시콜콜 가르쳐 줘야 아나?
걱정하지마, 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안도현의 ‘모항으로 가는 길’ 중에서
■ 서정의 겨울바다/ 서해
왠지 모를 무언가가 그리워질 때는 서해로 갈 일이다. 시린 가슴 단번에 씻어줄 큰 파도는 없어도 은근한 빛의 바다와 모든걸 감싸 안을 갯벌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 햇살이 뻘 위에 부서지면 빛의 파편에 눈에선 절로 눈물이 흐르고, 그토록 참아왔던 설움이 그 눈물에 녹아 내릴 것이다. 마른 날 선창가 목선위로 노을이라도 지면 장엄한 붉은 빛에 조각난 마음도 다 태워질 것이다.
▲ 안면도 꽃지해변과 영목항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충남 태안군의 안면도는 이제 국민관광지로 부상했다.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태안의 백화산에서부터 뻗어내린 안면반도를 조선 인조때 세곡을 실어 나르기 위해 인공 운하를 만들면서 섬이 됐고 1970년대에 교량이 건설되면서 다시 육지와 연결됐다.
안면도의 가장 유명한 바닷가는 역시 꽃지 해안이다. 이 해안의 백사장 북쪽 끝에는 할미 할아비 바위로 불리는 두개의 봉우리가 바다에 우뚝 솟았다.
전쟁에 나간 지아비를 평생 기다리며 바위가 됐다는 전설을 간직한 바위다. 꽃지라는 예쁜 이름은 모래밭 가로 붉은 해당화 등 꽃들이 많아 지어졌다고 한다.
가늘지만 단단히 다져진 백사장은 발이 푹푹 빠지지 않아 마냥 거닐기에 좋다. 일몰 직후 말간 해안에 파스텔톤으로 퍼지는 붉고 영롱한 잔빛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겨울바다를 느끼기에는 삶의 진정성이 굳어있는 조그마한 포구가 해수욕장보다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안면도의 최남단에 있는 영목항이 바로 그런 곳이다. 섬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도 여기까지는 찾지 않아 언제나 한산하다.
삼면이 바다인 이 곳은 점점이 떠있는 섬들로 병풍이 둘러쳐있어 아늑하다. 고깃배 지나간 좁은 파문 위로 나른한 겨울 햇살이 빛을 내면 끼룩대는 갈매기 소리가 적막을 깨는 정겨운 포구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에서 나와 서산방조제와 간월도를 지나 원청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면 안면읍, 꽃지, 영목항을 만난다. 태안군 문화관광과 (041)670-2434
▲ 김제 망해사와 심포
끝없이 펼쳐진 김제의 만경평야를 가로질러 차를 달리면 바닷가에 다리미질에 밀려 올라간 옷감의 끝자락 같은 나즈막한 봉우리가 나타난다.
산이라기 보다는 작은 언덕이라 부르는 게 적당한 해발 72m의 진봉산이다. 솔숲이 적당히 섞여있는 언덕길을 오르면 작은 군부대와 사이 좋게 자리한 망해사를 만날 수 있다.
서해안의 사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품고 있다는 고찰이다. 642년 백제 의자왕때 부설거사가 세웠다 하고 조선 선조때 진묵대사가 수행했다는 곳이다. 절간은 초라하고 보잘 것 없지만 바다가 확 트인 전망만은 어느 곳에 비할 수 없다. 넓게 뻗은 갯벌과 수평선을 두른 고군산 열도가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곳은 바다를 바라보는 망해사(望海寺)에서 바다를 잊어야 하는 망해사(忘海寺)가 될 운명이다. 다름 아닌 새만금 간척사업 때문이다.
흑진주처럼 반짝이는 갯벌위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조도 볼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절 뒤편의 전망대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곳. 벼가 다 베어진 황량한 들판이 사라질 갯벌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한다.
망해사 바로 옆의 심포항은 김제 평야가 바다와 만나는 꼭지점에 있다. 썰물때 드러나는 이곳의 갯벌은 해안으로부터 무려 10㎞나 뻗어 언제나 싱싱한 해산물로 풍요로웠던 포구였다.
이제 농토나 골프장으로 뒤바뀌어야 하는 이곳,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횟집들의 유리창 소리와 뻘에 머리를 박은 어선들의 삐걱이는 소리가 더욱 황량하게 들려온다.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나들목에서 나와 만경에서 702번 지방도로로 갈아 타고 서해로 달리면 진봉을 지나 망해사와 심포가 나온다. 김제시 문화관광과 (063)540-3224
▲ 변산 채석강과 모항
전북 부안의 변산은 아름답다. 노을이 붉게 물드는 해변과 포구가 있고, 유서깊은 절과 계곡 등을 갖춘 반도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새만금방조제에 핵폐기장까지 시끄러웠지만 변산은 여전히 아름답다. 부안에서 시작해 채석강, 격포, 모항, 곰소항으로 반도의 해안을 한바퀴 도는 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언덕위 높이 올라 바라보이는 서해는 태백 산자락에서 바라본 동해 못지않게 시원하다.
채석강은 얇은 바윗장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절벽이다.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이 곳은 당나라 시선 이태백이 뱃놀이하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서쪽 바다의 여느 곳과 달리 검은 암반을 철썩이는 파도의 세기가 다르다. 서해에서 바다의 호쾌함을 느끼려면 이곳이 적격이다.
고사포, 격포, 궁항, 왕포, 곰소 등 변산의 여러 포구 중 모항에 끌리는 것은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한 그 이름 때문이다. 격포에서 곰소항으로 가는 길에 자리잡은 한적한 마을인 모항은 이제 막 어촌에서 관광지로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널찍한 주차장을 새로 갖췄지만 부두로 나가는 길은 예전 그대로 차 한대 겨우 빠져나갈 구불구불한 골목길이다. 이 길을 사이에 둔 지붕 낮은 집들은 서로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는 듯 아늑하다. 포구에는 낡은 목선이 뻘 위에 주저앉아 있고 투명한 하늘빛을 담은 모항의 바다는 잔물결만 반짝이고 있다.
부안에서 30번 국도를 타면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해안가를 한바퀴 돌 수 있다. 모항은 채석강과 곰소항의 중간쯤에 있다. 부안군 문화관광과(063)582-7808, 부안군 관광안내소(063)580-4434
▲ 함평 돌머리해수욕장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의 돌머리 해수욕장도 이름 못지않게 재미있고 예쁜 곳이다. 드넓은 갯벌이 이어진 해수욕장으로 수천평의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다.
이 곳의 특징은 둑을 쌓아 만든 2,500여 평의 인공풀장.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심해 물놀이할 물을 가둬놓은 것이다. 모래밭 위의 인공풀장은 통나무 기둥의 해변무대, 초가원두막 등과 어우러져 마치 필리핀 등 동남아의 휴양 리조트 같은 분위기다. 오염과 매립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이곳 갯벌은 세발낙지, 보리새우로 유명하다.
갯일을 마친 아낙들이 머리엔 수건을 두르고 등 뒤로는 석양을 진채 넓은 갯벌을 걸어 나오는 모습이 정겹고 아름다운 곳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함평나들목에서 나오자 마자 오른쪽으로 돌머리해수욕장과 함평해수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함평군 문화관광과 (061)320-3224
안면도ㆍ변산ㆍ함평=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낭만의 겨울바다/ 동해
고속도로는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오지로 분류되던 지역들이 대번에 교통중심지로 변모한다. 이번에는 강원 남부권 바다가 혜택을 보게 됐다. 지난 달 동해고속도로 강릉-동해구간이 확장 개통됐고, 삼척-근덕간 자동차전용도로도 개통됐다. 마음만 가까이 있던 동해안의 겨울바다, 이제 거리상으로도 가까이 다가왔다. 과거 서울에서 10시간이 넘게 열차를 타고야 닿았던 동해, 삼척의 맑은 바다가 3시간대로 곁에 왔다.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리며 겨울을 만끽해 보자.
▲ 정동진해변(강릉시)
서울 광화문의 정동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정동진(正東津)은 드라마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히트상품이다. ‘모래시계’가 방영된 지 10년이 다 됐지만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기차역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있다. 드라마의 유명세에다 교통여건도 좋아 철 지난 겨울바다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늘 사람들이 북적댄다. 도로여건도 좋아졌다.
이전에는 영동고속도로를 나와 강릉시내를 거친 뒤 다시 고속도로를 타야 했다. 새로난 동해고속도로 정동진IC를 이용하면 기존에 비해 20분 이상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겨울바다에서는 특히 갈매기를 많이 만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의 백사장 뒤로 송림이 뻗어있고, 이 뒤를 철도선로가 지난다. 여기에 일출이 더해지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서울에서 밤에 출발, 새벽 일출을 보는 여행상품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년에 한번 방향을 돌린다는 초대형 모래시계도 볼거리. 매년 1월 1일에 가면 모래시계를 뒤집는 행사와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다. 강릉시 강동면사무소 (033)640-4604.
▲ 추암해변(동해)
동해안 대다수 바다가 그렇지만 강원 남부권 바다는 특히 드라마나 영화촬영지가 많다. 내 것이 아닌 추억, 그 것이 현실이 아닐지라도 어렵지 않게 감상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 겨울바다의 매력이다.
동해시 남단 추암해수욕장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숨은 촬영지. 주인공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이 함께 한 첫번째 바다이며, 마지막으로 찾은 바다이다. 남이섬, 용평리조트에 이어 일본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 40~50대 가량의 일본인 아줌마 관광객들이 철없는 어린이처럼 백사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동해안 일출의 상징인 추암해변 촛대바위의 일출.
바다 한가운데 뾰족하게 솟은 촛대바위는 추암의 상징이다. 정동진과 함께 동해안 최고의 일출명소이기도 하다. 한때 영화관이나 TV에 등장한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자주 쓰이기도 했다.
백사장왼쪽 전망대에 일출감상대가 마련돼있다. 촛대바위 외에 만물암, 형제바위, 부부바위, 사자바위, 거북바위 등 다양한 형상의 바위가 시선을 잡아 끈다. 고운 모래 위에 앉은 갈매기와의 어우러짐도 포근한 인상을 준다.
백사장길이가 150m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볼거리가 많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한번 찾으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곳이다. 동해시청 관광개발과 (033)530-2473.
▲ 맹방해변(삼척)
동해고속도로가 끝나면 삼척까지는 국도를 달려야 한다. 하지만 꼬불꼬불한 길을 연상할 필요는 없다. 삼척시 오분동-근덕면 매원리를 잇는 14.8㎞의 7번국도는 자동차전용도로로 고속도로와 다름없는 길이다.
이 도로 인근에 위치한 맹방해변은 새롭게 알려진 명소. 영화 ‘봄날은 간다’ 덕분이다. 주인공 상우(유지태)와 은수(이돗?가 파도소리를 녹음하면서 사랑을 키워간 곳이 바로 이 바다이다. 쉴새 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눈앞에서 부서진다. 눈을 감으면 삼킬 듯이 포효하는 파도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관광객이 떠난 백사장에는 강태공이 자리를 메운다. 맹방해변과 붙어있는 덕산해변은 한적한 겨울바다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인적이 드문 바다에는 갈매기가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이따금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떼를 지어 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코끝을 때리는 바다냄새가 조금은 역겹다고 느껴지면 양리마을로 향한다. 해수욕장에서 10㎞가량 떨어진 이 마을은 상우가 대나무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들렀던 곳.
바람에 사각거리는 대나무소리를 방금 들었던 파도소리와 비교해서 들으면 재미있다. 대나무숲의 주인인 마을 할머니를 찾으면 영화 촬영에 얽힌 비화를 듣는 덤도 얻을 수 있다. 이왕 시작한 소리여행, 마을 인근의 신흥사가 종착지이다.
통일신라 진성여왕때 범일국사가 창건한 절로 수차례 중건을 거쳐 조선 순조때 신흥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절간을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소리로 마무리한다. 절입구에 위치한 목백일홍과 소나무의 조화도 아름답다. 삼척시 근덕면사무소 (033)572-3011.
▲ 용화ㆍ장호해변(삼척)
삼척-근덕간 자동차전용도로가 끝나고 7번국도 특유의 꼬불꼬불한 길이 시작될 즈음에서 용화해변을 만난다. 활처럼 둥글게 휜 해변 양끝에 절벽과 암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특히 국도 위에서 바라보는 해수욕장의 풍광은 동해안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절경이다.
용화해변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에 장호해변이 있다. 해안의 풍광도 좋지만 억척스러운 어부들의 삶이 오롯이 녹아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새벽이면 한 배 가득 싣고 온 싱싱한 생선을 두고 즉석에서 경매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항구 뒤로 돌아가면 해안선을 따라 난 맨발산책로가 반긴다. 바다를 가득 메운 바위를 배경으로 걷는 것만으로도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묘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동해ㆍ삼척=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겨울바다/ 동해고속道 옥계휴게소
전국에 수많은 고속도로휴게소가 있고, 나름대로 뛰어난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경치면에서는 단연 옥계휴게소가 으뜸이다.
옥계휴게소는 지난 달 24일 확장개통한 동해고속도로 강릉-동해구간 사이에 위치한 휴게소이다. 오른쪽으로 하얀 파도가 포말로 부서지는 망상해변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7번국도와 동해남부선 철도, 동해고속도로가 백사장과 평행선을 달리듯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옥계해수욕장과 정동진의 썬크루즈 리조트건물까지 조망할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밤이면 동해바다를 수놓는 오징어배의 어화를 감상할 수 있다.
휴게소내 편의시설도 돋보인다.
수궁원은 자갈과 모래로 조성한 100평가량의 맨발지압장. 휴게소 진입하는 오른쪽에는 통나무가 가로 지르는 개울을 만들어 징검다리를 건너는 기분을 느끼도록 배려했다. 휴게소 모든 건물을 통유리로 꾸며, 전면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033)534-1700
■ 뜨거운 겨울 바다/ 온천
살을 에는 겨울바다의 바람이 매섭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김없이 온천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바다 여행이 즐거운 것은 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온천이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온천들을 소개한다.
▲ 덕구온천
강원 삼척해안을 연결하는 7번국도를 따라 남하하다 보면 경북 울진이다. 부구삼거리에서 내륙으로 난 도로를 따라 10㎞가량 들어가면 응봉산자락에 위치한 덕구온천을 만난다.
찾아가기가 쉽지 않지만 수질로 따지자면 국내 최고수준이다. 고려말기인 600여년전 사냥꾼에게 쫓기던 멧돼지가 이 물에 몸을 씻더니 나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땅으로 솟구치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온천원수가 섭씨 42도 정도. 온천을 즐기기에 적당해 끓이지도 식히지도 않고 자연 상태의 물을 공급한다. 중탄산나트륨이 포함된 알칼리성 온천으로, 신경통, 류마티스, 근육통, 피부진환, 중풍, 당뇨 등 거의 모든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대다수 온천시설이 낙후했지만 덕구온천은 최근 리노베이션을 거쳐 시설도 뛰어나다. 최근 문을 연 바데풀은 아산의 스파비스와 함께 국내 최고시설을 자랑한다.
온천장에서 온천원수가 나오는 계곡까지 4㎞구간의 산책코스도 빼놓지 말자. 이무기가 응봉여신의 도움으로 용이 되어 승천한 뒤 생겼다는 용소폭포, 사경을 헤매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100일기도를 드리던 효자가 발견했다는 신선샘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산책로 곳곳에는 금문교(미국), 노르망디교(프랑스), 하버교(호주) 등 세계 유명 교량을 본뜬 국내최고의 미니어처다리공원이 조성돼있다. 요금은 공휴일기준 1만원(소인 8,000원). www.spa-world.co.kr (054)782-0677.
▲ 안면도 오션캐슬
꽃지해안가 오션캐슬리조트의 아쿠아월드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욱 매력을 더하는 곳. 수온과 대기의 온도차로 겨울 노천욕은 몸이 더욱 상쾌해 지는데 눈 앞에 시원한 바다까지 펼쳐지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오션캐슬의 스파는 '유황해수사우나'와 '노천선셋스파', '파라디움'으로 구성돼있다.
추천 이용방법으로 유황해수사우나에서 가볍게 몸을 씻고 찬바람 부는 노천선셋스파로 나와 일단 온탕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소나무 향 그윽한 홍송탕을 거쳐 몸이 데워졌으면 넓은 바데풀에서 물맛사지를 맞아보자. 어깨를 풀어주는 넥샤워, 워킹마사지 등 신체 부문별 다양한 맛사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선채로 발바닥을 자극하는 '플로팅'은 짧은 시간 온몸의 피로를 푸는데 그만이다. 이후 바다를 느끼며 쟈스민, 캘리포니아 머드 등의 이벤트 탕에서 편안한 여유를 즐기자.
노천에서의 온천욕이 부담스럽다면 실내스파 파라디움을 이용해보자. 요금은 사우나와 노천선셋스파 이용시 1만7,000원(소인 1만2,000원), 사우나와 파라디움 이용시 2인 3만원(4인 5만원). www.oceancastle.com (041)671-7070
▲ 함평 해수찜
전남 함평군 소불면 궁산리 일대는 해수찜의 원조. 해수탕 혹은 해수찜은 체내의 염분과 해수의 높은 염도 차를 이용해 몸 속의 노폐물을 염도 높은 해수로 배출하고 해수에 녹아있는 각종 미네랄 등 이로운 성분은 흡수시키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함평에서는 재래식으로 소나무 장작으로 달군 돌로 바닷물을 데워 그 물로 찜질을 한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돌은 유황이 많이 함유돼 해수와 결합해 신경통 산후통 관절염 피부병 등 만성질환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흥해수찜(061-322-9900), 함평신흥해수찜(322-9487), 주포해수약찜(322-9489) 등 3곳이 운영중이다. 4인 기준 2만5,000원이고 5명이 넘으면 1인당 7,000원씩 추가된다. 숙식도 가능하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500여명이 찾아 들어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다.
▲ 설악워터피아
강원 속초와 설악산사이에 위치한 대규모 온천테마파크이다. 중성탄산나트륨 온천으로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탄산수소, 염소, 황산 등 다양한 광물질을 함유, 불면증, 고혈압, 신경통, 관절염 등에 좋다.
탕속에서 만들어낸 공기방울이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극으로 마사지효과를 내는 기포탕, 수직으로 떨어지는 온천물에 마사지를 하는 낙수탕, 인체에 유익한 초음파를 발생하는 초음파탕, 소나무의 일종인 히노끼원목을 재료로 하는 원목탕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형파도풀이 바닷가 분위기를 연출하는 샤크블루, 다양한 수압을 이용한 버섯탕, 70~100m길이의 바디슬라이더 등이 갖춰진 실내수영장은 가족단위 온천객에게 인기있다.
수영복을 입고 즐기는 옥외시설인 스파빌과 25m레인의 풀장에서 겨울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온천만 이용할 경우 6,000원(소인 5,000원). 물놀이 시설을 모두 이용하려면 2만,5000~2만9,5000원. 반나절 혹은 야간에만 이용하면 요금할인혜택이 있다. www.sorakwaterpia.com (033)635-7700.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