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공정거래법의 본회의 처리를 위해 밤 늦게까지 대단한 기 싸움을 벌였지만, 야당의 불참으로 법안 처리는 결국 무산됐다.우리당은 "공정거래법을 표결 처리하겠다는 것은 여야 합의 사항으로 한나라당이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며칠 더 논의해 절충점을 찾자"고 맞섰다. 국가보안법 개폐 등 4대 개혁법안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 공정거래법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우리당은 향후 정국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됐다.
여야 원내 대표는 이날 공정거래법과 국민연금법 등 3개 민생 경제법안에 대한 일괄 타결을 위해 10시간에 걸친 원탁회의를 벌였지만, 절충점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날 원탁회의 초반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져 한 때 타결 관측이 나왔지만 공정거래법의 핵심 쟁점에서 막혔다. 양당은 저녁 8시까지 벌인 마라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밤 늦게 긴급 의총을 여는 수순을 밟았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한나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지만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이 내년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을 전면 반대하기 위해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당은 의총에서 공정거래법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기로 하고 본회의 소집을 시도했다. 반면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는 회담 결렬 뒤"여당이 단독 상정을 시도한다면 내일부터 걷잡을 수 없는 대결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단독으로 입장했지만, 공정거래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원내 지도부는 긴급 메시지를 발송해 소속 의원들을 소집시키며 긴박하게 움직였지만, 총리와 장관 등으로 3명이 빠져나가고, 외유 중인 의원들도 3명이나 돼 의결정족수(150명)를 채우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전체 151석 중 143명만이 모여 의결 정족수(150명)에서 7명이 모자랐다.
급기야 ‘캐스팅 보트’역할을 맡게 된 것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하지만, 민주당은 "여야 합의 없는 단독처리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권영길 의원이 단식 중인 민주노동당도 "여당의 2중대가 될 수 없다"며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김원기 국회 의장도 "중요한 쟁점 법안인 만큼 좀더 여야가 협상하라"며 의사봉 잡기를 거부했다. 우리당은 이날 밤 늦게까지 본회의장에 남았지만, 자정이 넘어 본회의는 자동 유회됐다.
본회의가 무산되자 천 대표는 "한나라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더 이상 정치적 동반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 성토했다. 천 대표는 이어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국회 사정을 잘 아는 의장이 사회를 거부함으로써 한나라당의 배신행위를 응징할 수 없게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당은 3일 확대간부회의, 긴급의총 등을 잇달아 열고 향후 개혁법안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여 정국이 한층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당은 원내 전략 실패 등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8,9일 본회의까지 공정거래법과 민생3법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대여 협상을 계속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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